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들이 이구동성 '공정 경선'을 다짐했다.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문자 무시 논란' 난타전, '줄 세우기' 논란을 빚은 '러닝메이트' 전략이 공공연한 상황과 모순되는 '공약(空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 당사에서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경선 서약식'을 개최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등 당대표 후보들과 예비 경선 및 선관위 심사를 통과한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공히 공정한 경선을 다짐했다. 나 후보는 "전대를 통해 '쪼개질 결심'하지 말고 '하나 될 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 후보는 "싸우는 힘은 거대 야당 폭주를 저지하고 승리할 때를 위해 아껴두겠다"고 약속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우리는 하나이고, 원팀"이라며 공정한 경쟁과 단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 안팎으론 '공정 경쟁'과는 이미 거리가 멀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과 우려가 나온다. 당장 '김 여사 문자' 논란을 두고 경쟁 후보들의 맹공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 후보 측은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아니냐'는 의문으로 맞대응 중이다. 향후 계파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당대표·(청년)최고위원 후보 간 러닝메이트 활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 이상규 최고위원 후보는 서약 직후 "공정한 경선을 위해 한 가지 제안을 하겠다"며 "지금이라도 러닝메이트 제도를 없애자. 그렇지 않으면 우리 당은 갈라치기와 줄 세우기로 갈라설 수 있다"고 강변했다.
서약식에는 예비 경선을 통과한 청년최고위원 후보들도 참석했다. 당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김은희·김정식·박상현·진종오 후보 등 4명의 후보가 예비경선을 통과해 본경선에 진출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유력한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된 박진호 후보는 탈락했다. 박 후보는 원 후보의 러닝메이트이기도 하다.
공정 경쟁을 다짐하기에 앞서, 후보들은 서울·경기·인천 등을 돌며 '수도권 당심 잡기'에 집중했다. 한 후보는 서울 용산구 쪽방촌 동행식당에서 오세훈 시장과 아침 식사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안심소득, 동행식당 등 서울시 '약자동행 정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후보는 이후 수도권 전·현직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오회' 만찬에도 참석한다. 나 후보도 서울 강남을 지역구 당원들을 만난 뒤, 같은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전날 유정복 인천시장을 면담한 원 후보는 이날 경기 파주시와 서울 은평구에서 당원들을 만났다. 오후엔 '보수의 심장' 대구로 이동해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다. 윤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구에서 열린 경인고속도로 옹벽 철거 기념식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