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통일담론 수립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가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직접 통일 관련 견해를 청취하던 '수요포럼'과 '통일이 있는 저녁' 행사가 종료되는 등 사실상 막판에 들어선 것이다. 이르면 8·15 광복절을 전후로 윤 정부만의 통일담론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일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14차 행사를 통해 의견 수렴을 위한 수요포럼은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며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들을 다듬는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이 학계와 민간 등 인사들로부터 통일과 관련해 다양한 견해를 청취하겠다고 마련된 수요포럼은 3월 13일부터 매주 수요일 조찬행사로 꾸준히 열렸다. 부처님오신날(5월 15일)과 김 장관의 외부 행사(5월 22일·6월 19일)를 빼면 한 번도 건너뛴 적이 없었다. 같은 성격의 만찬 행사인 통일이 있는 저녁도 전날을 끝으로 더 이상 일정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새로운 통일관 마련을 약속했으며, 통일부 역시 윤 대통령에게 '새 통일구성' 마련을 보고했다. 이후 통일부는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 만들어져 올해로 30년째를 맞는 통일담론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손질에 무게를 두고 각계각층의 견해를 수렴하는 각종 행사를 가져왔다. 김 장관은 이들 자리에서 새 담론 키워드로 ‘자유’와 ‘인권’을 꼽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 수립’이라는 헌법 4조에 근거한 통일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정부의 통일담론 수립과 관련해선 여전히 이견이 적지 않다. 정부가 추진에 무게를 두는 ‘담론 수정 및 대체’보다는 ‘기존 담론을 계승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4일 통일연구원이 통일담론 발전방향 설정을 위해 주최한 대토론회에 참석한 강인덕·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두 원로 모두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장관을 지냈지만, 강 전 장관은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북한정보국장 출신의 보수 인사로 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정부가 새 담론을 공들여 마련하더라도 사실상 국민적 합의나 북한과의 협의 없이 만들어질 경우 결국 사문화될 것”이라고 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현재 한반도와 국내정치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정부의 새 담론 제시는 신중히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