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라고 하면 단순히 암세포 전이를 막기 위한 치료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이 가진 에너지를 이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암 치료법으로 수술, 항암 치료와 함께 3대 암 치료법이다.
방사선(radiation)은 원자핵에서 나오는 특정한 빛(에너지)으로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없으며 몸에 느낌도 없는 미세 입자다. 알파선·베타선·감마선 등이 있다. 이 중 방사선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방사선은 X선·감마선·중성자선·양성자선 등이다.
방사선 치료는 큰 에너지를 일으키는 장치에서 나오는 방사선이나 방사성 동위 원소를 이용해 인체 내 암세포를 파괴하고 성장을 멈추게 하는 치료다.
방사선을 몸에 쬐면 세포 증식·생존에 필수적인 핵산·세포막 등에 화학적 변성이 생긴다. 이를 통해 정상 세포 손상은 줄이면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원리다. 치료에 이용되는 방사선은 진단적 검사에 이용되는 방사선보다 높은 에너지를 암세포에 주기에 암세포가 더 이상 분열 증식하지 못해 죽게 된다.
수술이나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치료법이지만 암의 종류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곽유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에게 방사선 암 치료법을 알아본다.
암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특징이 있다. 또 암 종류에 따라 초기임에도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성이 높은 암도 있다. 따라서 암 치료는 국소 치료와 전신 치료를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 국소 치료에는 외과적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전신 치료에는 약물을 사용하는 항암 치료가 있다.
폐암·유방암·대장암은 수술 후에도 국소 재발·전이 등 위험성이 높다.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를 하면서 재발률을 낮춘다. 식도암·직장암은 암이 진행돼 바로 수술이 어려우면 수술 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거나 혈액 암에서는 항암 치료가 우선 적용된다. 하지만 항암 치료 후에도 암이 진행된다면 수술로 제거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해 종양의 국소 제어율을 높일 수 있다.
방사선 치료는 외부로부터 몸 안에 있는 종양 부위에 방사선을 쬐는 ‘외부 조사(照射)’와, 내부 정상 부위에 동위 원소를 직접 주입하는 ‘근접 조사’가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받는 외부 조사는 ‘선형가속기’를 이용하는데, 선형가속기는 다양한 에너지의 X선과 전자선을 만드는 장치로 종양이 몸 속 깊은 곳에 있거나 피부 근처에 있더라도 종양에만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쬘 수 있도록 해준다.
근접 조사는 ‘이리디움-192’라는 방사성 동위 원소를 몸 속 종양이나 종양이 발생한 부위에 삽입하는 방법이다. 많은 양의 방사선을 쬘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자궁경부·자궁내막암에 사용되고 해외에서는 전립선암 치료에도 많이 사용된다.
방사선 치료 목적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완치를 목적으로 시행하려면 고용량 방사선을 쓰고 항암 치료를 병행할 때가 많다. 두 번째는 수술 보조 목적으로 시행한다. 수술 전에 시행하면 종양 크기를 줄여 수술 예후(치료 경과)를 높일 수 있다. 수술 후 재발이 예상되면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시행해 재발 위험을 줄여준다.
마지막은 종양으로 발생하는 증상·고통을 줄일 목적으로 시행한다. 이 경우에는 위의 경우보다 적은 양의 방사선으로 치료하고 기간도 짧다. 질병 상태와 진행 정도 등에 따라 수술·항암 치료 등과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방사선 치료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통원 치료로 진행된다.
방사선 치료는 종양에 방사선이 집중되고 주변 정상 조직은 최대한 적게 조사해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방사선 치료 기술은 2차원적 방사선 치료로 시작해 3차원적 입체 조형 방사선 치료,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로 발전했다.
3㎝ 이하 비교적 작은 암에 고선량 방사선을 짧은 기간에 조사하는 ‘정위 체부 방사선 치료(Stereotactic Body Radiation TherapyㆍSBRT)’가 주로 시행된다. SBRT 치료법은 2~3일 간격으로 3~5차례 방사선을 집중 조사(照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방사선 조사에 시간 간격을 두는 것은 환자에게 발생할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수술과 거의 비슷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곽유강 교수는 “움직임이 많은 장기에 암이 생겼을 때 방사선 치료 범위에 종양 움직임까지 포함돼 정상 조직이 불필요하게 노출될 때가 종종 있는데 최근에는 호흡이나 장기 운동으로 인해 종양이 방사선 범위를 벗어나면 방사선이 자동으로 정지됐다가 종양이 범위로 다시 들어오면 방사선이 다시 조사되는 ‘호흡 연동 방사선 치료’(4차원)가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방사선 치료는 보통 하루 1회, 월~금요일 주 5회 시행하고, 길게는 7~8주 정도 걸릴 때가 많다. 1회 치료에 걸리는 시간은 환자나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5~30분이다.
곽유강 교수는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가 사멸할 정도의 충분한 방사선량과 방사선 범위에 방사선이 조사되면 주변 정상 세포도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정상 조직 손상이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며 “다행히 손상된 정상 세포는 회복력이 빠르다. 방사선을 소량씩 여러 번 반복해 조사하면 정상 세포보다는 암세포가 더 많은 손상을 받아 치료 효과는 높아지면서 부작용은 줄어든다”고 했다.
방사선 치료 부작용은 치료를 받는 부위에 따라 달라진다. 얼굴·목 등에 암이 생긴 두경부암 환자에게서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은 구강 건조증과 방사선피부염이다.
얼굴이나 목의 피부가 여름에 햇볕에 탄 것처럼 불그스레하다가 심하면 벗겨지기도 한다. 또 구강염이나 식도염이 생겨 음식을 먹기가 힘들어져 체중이 감소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증상을 줄이는 약을 처방하고, 경구 영양제를 처방할 수도 있다.
흉부에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는 크게 유방암과 폐암이 있다. 유방암 역시 방사선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고, 드물게는 림프 부종도 생길 수 있다. 폐에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기도건조증으로 인한 기침 증상이 가장 흔하고, 식도와 가깝게 위치한 종양이라면 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다.
복부나 골반 쪽 방사선 치료는 장에 조사되는 방사선으로 인한 복통이나 오심,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방광이나 전립선 근처에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 종종 빈뇨 등 방광염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치료 중 약제를 사용하면 조절 가능한 수준이다.
방사선 치료 도중이나 치료가 끝난 직후 생기는 급성 부작용은 대부분의 환자가 경험하지만 종료 후 대부분 회복된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지나 생기는 만성 부작용은 적은 수에서 발생하지만 회복이 오래 걸린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부위에 섬유화가 일어나 피부를 비롯한 주변 부위가 딱딱해진다. 폐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에는 방사선폐렴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복부나 골반암이라면 6개월에서 1년이 지난 후에도 장 출혈이 드물게 일어나기도 한다.
곽유강 교수는 “방사선 치료 부작용은 종양 위치·크기에 따라 불가피하기도 하지만 대개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 조절로 예방할 수 있고 담당 방사선종양학과 의사 진료를 통해 적절한 처방을 받으면 큰 문제 없이 끝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