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최근 1년간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감을 느끼는 등 정신 건강에 문제를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전 조사가 이뤄진 2년 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전국 15~69세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정신 건강 지식 및 태도'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를 4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3.6%가 '지난 1년간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직전 조사였던 2022년 결과(63.9%)보다 9.7%포인트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심각한 스트레스'가 직전 조사 36%에서 올해 46.3%로,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이 30%에서 40.2%로 올랐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 기타 중독' 역시 6.4%에서 18.4%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8.8%에서 14.6%로 크게 뛰었다.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 역시 악화됐다. '내가 정신 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는 내게 등을 돌릴 것'이라는 항목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2년 39.4%에서 올해 50.7%로 올랐다.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에 동의하는 답변도 64%에서 64.6%로 소폭 상승했다. 다만 '누구나 정신 질환에 걸릴 수 있다'가 직전 조사 대비 83.2%에서 90.5%로, '정신 질환은 일종의 뇌 기능 이상일 것이다'가 49.3%에서 61.4%로 오른 부분은 인식이 개선된 지점으로 꼽힌다.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한 경우 도움을 요청했던 대상으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족 및 친지(49.4%)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정신과 의사(44.2%), 친구 또는 이웃(41.0%), 심리 또는 상담 전문가(34.3%)가 뒤를 이었다.
이외 응답자의 55.2%는 평소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가 '좋다'고 평가했다. 78.8%는 '평소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무료나 저비용으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1일부터 우울·불안 등의 어려움이 있는 국민에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2024년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에 8만 명으로 시작해 2027년까지 50만 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또 국민이 정신 응급 대응과 치료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위기 개입팀 인력을 50% 이상 늘리고 2028년까지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를 현재의 3배 수준인 32개소까지 확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신 질환도 일반 질환처럼 치료할 수 있고 그러므로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며 "임기 내 정신 건강 정책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