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발표만 하면 책임 다한 건가... 야당 설득 나서야

입력
2024.07.0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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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제 수준과 비교해 저평가된 국내기업 가치 높이기(밸류업)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감세와 가업 상속세 인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위기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총 25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정책이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시기적절한 대책인지에 대한 논란은 일단 접어놓더라도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회 과반인 야당의 동의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먼저 밸류업을 위한 세제 혜택은 배당 확대 기업에 법인세액공제, 저율 분리과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및 가업상속공제 한도 폐지 등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는 조세특례제한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야 실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야당은 상속세 개편이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도, 이를 설득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처럼 여야 간 합의 불발로 오랜 기간 국회에 묶여 있는 법안들이 재추진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나 양보안도 없이 구색 갖추기처럼 곳곳에 배치돼 있다.

그나마 야당과 합의 가능성이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마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법’과 충돌하며 무산될 위험에 처했다. 민주당은 선별 지급도 가능하다며 여지를 뒀으나, 여당이 협상을 거부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마저 “국민 1인당 왜 25만 원만 주냐. 한 10억 원씩, 100억 원씩 줘도 되는 것 아니냐”라며 협상 가능성을 없애는 바람에, 소상공인 대책 실현을 위해 필요한 조세특례제한법, 대규모유통업법, 지역중소기업법 개정을 위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그 정책 실현을 위해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노력을 등한시하는 정부는 책임감 있는 정부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에게는 야당 설득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정책 발표에 그치지 않고, 온몸을 던져 야당과 대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