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파행 최임위, 의사결정체계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24.07.05 00:10
27면

어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는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한 채 진행됐다. 앞선 7차 전원회의 표결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하자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법정 심의기한(6월 말)을 이미 넘겼음에도 최저임금 액수 논의는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파행이 이젠 놀랍지도 않다.

지난 2일 7차 전원회의에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에 대해 표결을 부쳐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시켰다. 최임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으로 이뤄지는데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중에서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표결 과정에서 근로자위원들이 위원장 의사봉을 빼앗고 배포 중인 투표용지를 찢는 등 투표를 방해하며 물의를 빚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런 물리력이 공익위원 표심에 영향을 미쳐 부결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이날 전원회의에 불참한 것이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36년간 법정 기한을 지킨 경우는 9차례, 노사 합의로 결정된 경우는 7차례에 불과하다. 2010년 이후엔 단 한 번도 없다. 노사 모두 참석한 가운데 표결이 이뤄진 경우도 손에 꼽을 정도다. 사회적 대화기구라 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합의된 산출기준이 없다 보니 해마다 결정은 주먹구구다. 공익위원의 경우 임명권을 가진 정부의 입김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그러니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인상률이 널뛰기를 한다.

최저임금 결정의 구조 개선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물가, 최저생계비, 성장률 등 각종 지표를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명문화된 임금 산정 공식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법률 형태로 제정된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노사관계 선진국의 사례를 참조해 공익위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업종별 구분 적용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최임위가 매년 단시간에 결정하는 것이 옳은지도 따져보기 바란다. 올해는 업종 차등 적용을 했다가 내년에는 다시 없앤다면 그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최임위는 매년 최저임금 액수만 정하고, 업종 구분 적용 등 큰 틀은 국회와 정부가 긴 안목으로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