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 시도를 두고 '비열'이나 '저급' 등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틀 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사 탄핵을 비판하더니, 이번에는 검찰 내부회의 발언을 공개하며 민주당에 계속 매서운 메시지를 날리는 모습이다. 이 총장의 분위기 조성에 호응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도 연일 이어졌다.
이 총장은 4일 대검찰청 월례회의에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법정 밖에서 거짓을 늘어놓으며 길거리 싸움을 걸어오고,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법정을 안방으로 들어 옮겨 자신들이 판사·검사·변호인을 모두 도맡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민주당의 검사 탄핵 시도를 규정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은 물론, 사법부의 재판권도 침해하는 것으로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야권에서 추진 중인 '검찰청 폐지' 등 법안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은 국가의 범죄 대응력과 억지력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전제했다. 이어 "누더기 형사사법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또다시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도그마를 꺼내 들었는데, 이는 국가의 범죄 대응과 억지력 완전 박탈로 귀결될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밤낮없이 헌신하는 검사들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만들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부패한 권력자가 범죄로부터 도피하거나 사적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사법제도가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부산 돌려차기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성폭력 △계곡살인 △SPC 민주노총 탄압 등의 전모를 파헤친 검사 24명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치하했다. 또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우리 검찰 구성원들은 위법하고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 총장은 2일 민주당이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36분간 입장을 밝혔다. 당시 그는 "피고인인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이 대표의 변호인인 민주당 국회의원과 국회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사법부의 역할을 빼앗아와 재판을 직접 다시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맨 앞에서 총대를 멘 총장에게 화답해, 일선 검사들도 지원사격을 이어나갔다. 이재명 전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수사에 참여했던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이날 취재진에게 "특정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사 개인에 대해 위법한 탄핵 절차를 진행하는 건 민주주의를 흔드는 권력 남용"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등의 대장동 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고형곤 수원고검 차장검사(검사장) 역시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정말 수사과정에 위법사항이 있었다면 그 사건들을 실무적으로 총괄 지휘한 저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강조했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김창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은 이 글에 "저도 8년 전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담당했으니 김영철 검사보다 저를 탄핵하는 것이 마땅하겠다"고 답글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