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석 3조 효과' 대학 운동부 창단 바람… 위기 극복 대안 될까

입력
2024.07.04 18:30
12면
전북 우석대·기전대 야구부 등 신설
대학 알리기 효과, 신입생 유치 기대
단기간 해체도… '돈벌이 수단' 우려
전문가 "중·장기적 대책 병행해야"

학생 수 감소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으로 운동부를 신설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학교 이름 알리기에 효과적이고 신입생 유치를 비롯해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등 '1석 3조'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북 완주에 있는 우석대는 올해 총장 직속 스포츠단을 만들고 야구·농구·핸드볼·세팍타크로 등 4개 종목을 신설했다. 기존 9개 종목까지 포함하면 총 14개 종목 운동부를 운영하게 된다. 축구·배구·사격·태권도 겨루기·검도·펜싱·유도·남자 농구·세팍타크로는 전주캠퍼스에서, 야구·여자 농구·핸드볼 등은 진천캠퍼스에서 선수들을 모집한다. 기존 운동부 소속 선수는 153명이며, 이번에 신설된 종목에서는 총 63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전주 기전대도 정원 20명 규모의 야구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신설한 시니어스포츠지도과 입학생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선수들을 모집한다. 시니어스포츠지도과에는 40~60대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이종민 기전대 운동재활학과 교수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축구계에서는 실력이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축구부가 있는 전국의 100개 대학 중 3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지역 대학뿐 아니라 운동부를 신설하는 대학은 속속 늘고 있다. 전남 목포과학기술대와 충북보건과학대는 올해 야구단을 창단해 각각 14명 규모로 운영 중이다. 충남 청운대는 지난해 야구·축구부에 이어 올해는 사이클부를, 전북 임실에 있는 예원예술대는 올해 육상부를 창단했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에 따르면 최근 6년간 협의회 가입 대학은 2018년 13곳, 2019년 7곳, 2020년 4곳, 2021년 10곳, 2022년 4곳, 2023년 12곳으로 운동부 창단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운동부를 운영하는 대학들은 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으로 가입한 뒤 평가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후원으로 조성된 국고보조금(훈련비·훈련 용품비)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입회비 1,000만 원과 연회비 200만 원을 내면 가입할 수 있다. 협의회 사업비는 매년 60억~70억 원으로 지난해 130개교 497개 운동부에 74억 원을 지원했다. 대학별로 최소 1,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 이상 지원을 받는다.

대학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대학이 운동부를 부족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등록금 수입과 직결되는 신입생 유치를 위해 선수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장기투자는 외면한 채 단기간에 창단과 해체를 반복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대학스포츠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학 운동부 해체 수는 2022년 13개, 2023년 19개, 2024년 21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남 지역 A대학의 운동부 6개 종목 중 3개 종목은 지난해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이 학교가 이른바 부실대학으로 여겨지는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운동부마저 존폐 기로에 선 것이다.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다. 강원 지역 B전문대도 2020년 축구부를 창단했으나 신입생 모집에 실패하면서 2년 만에 해체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인 김동문 원광대 스포츠학과 교수는 "엘리트 체육인 육성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대학 운동부 창단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비수도권 대학은 상대적으로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고 학생 유치가 어렵기 때문에 선수들이 꾸준히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학 차원에서 기숙사비 지원이나 훈련 시설 개선 등 중·장기적인 대책을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주= 김혜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