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아진 한국 소비자, 프리미엄 주류로 애환 달랜다

입력
2024.07.04 13:30
"재정 상황 나빠졌다" 평가에도
과시성 소비에 월 8만 원 지출
20개국 조사 중 네 번째 많아

한국 소비자는 고물가로 인해 미래 재정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인식하면서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자기만족성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딜로이트그룹이 공개한 '불황에도 지속되는 자기만족성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재무 건전성 및 미래 안정성 자가평가를 지수화한 소비자 재정적 웰빙 지수(2020년 4월=100)는 5월 한국의 경우 전월 대비 하락한 90.6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평균과 미국은 전월 대비 소폭 상승해 각각 102.8, 98.4로 나타났다. 현재 재정 상황에 대해 한국 소비자(35%)가 미국(37%)보다 긍정적이었지만, 미래 재정 상황 전망은 한국(33%)이 미국(42%)보다 부정적이었다.

한국 소비자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는 65%로 전월 대비 높아졌다. '자주 구매하는 물건 가격이 오를까 봐 걱정된다'는 문항에 동의한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다만 향후 4주 이내 지출 규모는 '5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소비자가 필수 지출(식료품, 주거)에 상승하는 금액을 저축·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국은 젊은 소비자(18~34세) 중심으로 '과시성 소비' 주목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소비자의 과시성 소비는 주로 식음료(31%) 분야에서 나타났는데, "프리미엄 주류 등의 구매로 정서적 위안을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설명이다. 한국 소비자가 과시성 소비의 이유로 정서적 위안(15%), 실용성(15%) 등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의 월평균 과시성 소비 금액은 약 8만 원으로 조사 대상 20개국 중 4위였다. 글로벌 평균과 미국은 각각 약 5만7,000원, 약 4만8,000원이었다.

이번 조사는 유럽 8개국, 북미 2개국, 아시아·태평양 5개국, 중남미 2개국, 중동·아프리카 3개국1에서 국가별 약 1,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 및 심층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1 유럽 8개국, 북미 2개국, 아시아·태평양 5개국, 중남미 2개국, 중동·아프리카 3개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이상 유럽), 캐나다, 미국(이상 북미), 호주,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이상 아시아·태평양), 브라질, 멕시코(이상 중남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중동·아프리카).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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