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역주행 돌진 사고는 멈춰야 할 때 멈추지 않는 자동차는 사실상 대량살상무기라는 걸 보여줬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엔진이 아닌 브레이크라는 점도 새삼 일깨웠다. 기계 오작동인지 사람의 실수인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사고 원인이 무엇이든 중요한 건 똑같은 재앙이 반복되는 걸 막는 일이다. 모든 차에 ‘비상정지장치’나 ‘자동긴급제동장치’, ‘페달오조작방지장치’ 장착을 확대하는 게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비상정지장치란 ‘올해의 발명왕’으로 뽑힌 김용은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이다.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등 비상 상황 시 스위치만 누르면 차량이 멈추도록 고안됐고 특허도 받았다. 우선 1단계에선 컴퓨터 제어를 통해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차량을 정지시킨다. 그래도 안 멈출 땐 2단계로 엔진 연료 공급과 모터 전기 공급을 차단한다. 김 연구원은 “모든 기계 장치엔 비상시 모든 작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있는데 자동차만 이런 게 없다”며 “발이 아닌 손으로도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동긴급제동장치(AEB)는 카메라나 센서를 활용해 충돌이 예견될 때 차량 스스로 감속 또는 멈춰 서도록 한 첨단 안전 장치다. 고령 운전자 차량에 AEB를 달면 20% 이상 추돌 사고가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2022년 10월 자동차 규칙 개정으로 AEB 설치 대상은 승용차와 3.5톤 이하 화물 특수차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나온 차량엔 강제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일본에선 고령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신차 판매 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도 확대하고 있다. 분당 엔진 회전수가 갑자기 증가하는 등 급가속으로 판단될 땐 비상제동시스템이 가동되는 방식이다.
□ 자동차 급발진이나 급가속 시엔 우선 페달에서 발을 뗀 뒤 다시 두 발을 모아 브레이크를 힘껏 밟고 주차브레이크를 작동시킬 것을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당황한 운전자가 이렇게 대응하는 건 쉽지 않다. 아예 자동차를 만들 때부터 ‘비상정지장치’를 달거나 AEB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을 추진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