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임진강 방류에 대한 사전 통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장마철을 맞아 임진강 수역 내 황강댐 '묻지마 방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댐 수문을 예고 없이 악의적으로 열 경우 경기 연천군 일대 어민은 물론 관광객에게까지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강물에 이물질 또는 위험 물질을 함께 내려보낸다면 그 위험성은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3일 연천군 군남댐과 필승교를 방문, 수해 예방 시설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댐 방류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남북한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다"며 "북한은 황강댐 방류 시 남북한 합의에 따라 반드시 사전 통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남댐이 있는 임진강은 유역 면적의 약 63%가 북한지역에 속해 있다. 북한이 사전통지를 하지 않을 경우 방류 상황을 알기 쉽지 않다.
앞서 북한은 2009년 10월 14일 ‘임진강 수해방지 관련 남북 실무회담’을 통해 댐 방류 시 사전 통보에 합의했다. 그해 9월 황강댐 기습 방류로 연천군 주민 6명이 숨진 사건이 결정적 계기였다. 북한은 그러나 합의사항을 이행한 건 2010년 7월에 두 번, 2013년 7월에 한 번뿐이었다.
올해는 특히 오물 풍선 등 '복합 도발'을 감행하는 등의 북한 행태에다 기록적 폭우가 예상되는 기상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임진강 내 긴장감은 배가 되는 분위기다. 도발 수단 중 하나로 '묻지마 방류'를 감행할 수 있고, 물길에 의도적으로 이물질이나 위험 물체를 함께 내려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최근 "(장마철에) 북측으로부터 위험 물체가 내려올 수 있으니 안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물론 대비책을 고심 중이다. 특히 환경부는 고해상도 위성영상 등을 활용해 이 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근 위성 직수신 안테나를 설치, 영상 확보 시간을 6시간 이상에서 2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등 접경지역 감시체계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하류 하천 행락객의 안전 확보를 위해 경보 방송과 순찰 계도를 빈틈없이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알려줘야 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수문 개방으로) 우리를 간접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전략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며 "북한이 알려주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우리 정부와 국민이 조심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