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삿포로 홋카이도대학에서 ‘탄소를 세는 과학 워크숍: 과학, 아트, 정책의 대화’라는 행사가 열렸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한국과 일본의 과학자와 과학사회학자 그리고 과학을 다루는 예술가, 언론인이 모인 자리였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라는 ‘숫자’의 불확실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수많은 숫자로 ‘위기에 빠진 지구’와 ‘2050년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산정해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소가 트림과 방귀, 똥을 통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62억 톤이라는데, 지구의 모든 소한테 ‘탄소 마스크’를 씌울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 배출량은 정확한가. 또 산림청은 온실가스를 적게 흡수하는 오래된 나무를 베고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데, 나무를 비닐로 덮어 온실가스 흡수량을 확인할 수도 없는데 이 주장은 옳은가.
아마도 전문가들이 흉금을 털어놓고 탄소를 세는 것에 대해 돌아본 세계 최초의 워크숍이었을 것이다. 이 워크숍에 참가하는 여행길에 ‘소고기를 위한 변론’을 가져가 틈틈이 읽었다. 미국의 환경 전문 변호사 니콜렛 한 니먼이 쓴 이 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소’라는 그간의 상식에 도전해 파장을 일으켰다.
책의 뼈대는 이렇다. “흔히 수송 부문보다 많다고 언급되는 축산 부문(혹은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과장됐다. 되새김질로 거친 풀을 소화하느라 트림을 많이 하긴 하지만, 지구에 사는 사람 모두가 소고기를 끊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적당한 밀도로 소를 방목하면 토양이 탄소를 더 잘 흡수해 트림으로 배출한 온실가스의 상당량을 상쇄한다. 소가 적당히 똥을 싸고 적당히 땅을 밟아 토질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온 2019년 이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육류를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인위적으로 나오는 총배출량의 18%라고 했다가 가장 최근에는 11.2%까지 낮췄다. 반면, 여전히 육류 생산·소비 과정의 배출량이 전체의 20%에 이른다는 학계의 연구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태도다. 이 책 또한 시종일관 ‘윤리적 육식은 가능한가’라고 묻는다. 과거보다 적게 먹고, 저밀도로 방목하는 사육 방식이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 저자는 기후 행동과 동물권 운동의 타깃이 ‘육식 자체’에서 ‘공장식 축산’ 반대로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종류의 동물 사용에 반대하는 비거니즘만 유일한 윤리적 해결책이라는 태도에도 반대한다.
이 책의 주장이 축산업계에서 오용되고 있으니, 책의 운명이란 아이러니다. 축산업계는 공장식 축산 방식을 버리지 않으면서 소가 탄소를 저장하는 농사꾼이라고 이야기한다.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정부 또한 저탄소 사료 개발과 품종 개량 등 기술적인 해결에 몰두하며 정작 육류 소비량과 가축 사육 두수를 줄이는 정책에는 소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