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제조사에 입증책임 '도현이법' 탄력받나… 민주당 "이달 중 법안 재발의"

입력
2024.07.03 15:20
허영 의원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제조사가 차량 결함 여부 입증
도현군父 국회청원도 6만명 동의
시청역 돌진사고로 '급발진' 주목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차량 역주행 돌진사고 원인 중 하나로 급발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도현이법'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도현이법'은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가 차량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골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의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다.

3일 허영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허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도현이법' 법안들을 바탕으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허영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국회 심사 때 여야 간 이견이 크게 없었다"며 "마지막 검토 작업을 마친 뒤 이달 중 발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국회에서 허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 4명은 각자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5건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제대로 심사되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2년 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고 이도현(사망 당시 12세)군의 아버지도 '도현이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14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3일 현재 6만6,000여 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국회는 홈페이지에서 30일간 5만 명 이상 국민동의를 얻은 사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하는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해당 청원이 심사 기준을 충족한 결과 현재 정무위원회에 접수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도현군의 아버지는 청원에서 "비전문가인 사고자나 경제적 약자인 유가족이 많은 비용을 들여 기술적 감정을 실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상대로 급발진이 왜 발생했는지 증명해야 된다"면서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에 울분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졌으며, 국가 폭력이라고 느껴졌다"고 호소했다. 도현군은 2022년 12월 강원 강릉의 한 도로에서 이군의 할머니가 몰던 차량이 배수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해 숨졌다. 유족 측은 급발진을 주장하며 제조사 KGM을 상대로 7억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시청역 돌진사고 가해자 A(68)씨는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직후 경찰에 "차가 급발진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가해 차량을 국과수로 보내 정밀 감식을 실시했다. 급발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 1~2개월이 소요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자동차리콜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5월까지 접수된 급발진 의심 신고 793건 가운데 실제 차량 결함으로 인정된 사고는 하나도 없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