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그제 이재명 전 대표 연루 사건 수사 검사 3명을 포함한 현직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때인 지난해 9월 헌정사상 첫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것을 포함해 7명째 검사 탄핵에 나선 것이다.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 정치가 행정부·사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강력한 견제 장치인 탄핵소추권을 보복과 정쟁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이 탄핵 대상으로 지목한 엄희준·강백신 검사는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박상용 검사는 이 전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을, 김영철 검사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각각 수사했다. 검사가 탄핵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이번 탄핵이 이 전 대표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려는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한 이유다.
탄핵은 공무원의 직무 집행 중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지난해 탄핵소추한 안동완·손준성·이정섭 검사는 기소권 남용 등이 비교적 명백히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엔 그 정도의 위법 정황이 뚜렷하지 않다. 엄 검사는 2011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당시 모해위증 교사 의혹이 제기됐지만 2021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 검사의 경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회유 의혹 등을 사유로 들었지만, 이 전 부지사가 술자리 회유 장소와 일시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에 탄핵소추안을 보고한 뒤 24~72시간 내 표결을 진행하지 않고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전 대표 사건의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포함된 법사위에 검사들을 불러 최대한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피고인이 검사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반발하는 이유다. 법사위에서 탄핵의 적법성을 따져보겠다는 민주당의 설명은 명분이 부족한 탄핵임을 자인한 꼴이다.
검찰권의 오남용과 비위 판검사 견제를 위해 탄핵소추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총선 압승에 취해 헌법이 정한 엄중한 장치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