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프랑스 완성차 기업 르노와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2일 밝혔다. 그동안 전기차용 LFP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업체가 주도해 온 터라 LG엔솔의 이번 수주는 배터리 업계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LG엔솔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했다고 이날 알렸다. 이번 계약에 따라 LG엔솔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전체 공급 규모 약 39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를 르노에 보낼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약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엔솔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배터리셀을 만들어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공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구체적 계약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계약 규모가 수조 원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LFP 배터리 수주는 글로벌 자동차 3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중국 기업의 주력 제품군을 뚫었다는 데 의미가 깊다고 LG엔솔은 설명했다. LFP 배터리는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철과 인산을 사용해 가격이 저렴할뿐만 아니라 안정적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어 화재 위험이 적고 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보급형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국 등 보급형 전기차 시장은 LFP 배터리 전기차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덕분에 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은 2019년 9.2%에서 2023년 34.6%로 급증했다. 특히 2023년 중국 제외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중국 업체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율은 CATL 73%, BYD 396%, 고션 222% 등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LG엔솔이 LFP 배터리 수주에 성공할 수 있는 비결에는 중국 업체를 뛰어넘는 기술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의 르노 LFP 배터리는 파우치형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TP) 공정 솔루션을 적용해 제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셀투팩 기술은 기존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제조 과정 중 모듈 공정을 거치지 않고 셀을 바로 배터리 팩으로 조립하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이렇게 하면 무게를 줄이고 모듈 공간만큼 더 많은 셀을 담아 같은 공간 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LG엔솔의 파우치 CTP는 각형 CTP에 비해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약 5% 수준으로 높게 설계할 수 있다.
서원준 LG엔솔 자동차전지사업부장(부사장)은 "유럽 대표 완성차 업체 르노에 압도적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통해 최고의 고객 가치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 부사장은 "LG엔솔과 손잡고 유럽 시장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양사의 오랜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과 경쟁력 측면에서 특별한 솔루션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G엔솔은 이번 계약으로 파우치 배터리 분야에서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 프리미엄 제품부터 고전압 미드니켈(Mid-Ni) NCM, LFP 배터리 등 중저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연평균 주행 거리가 약 1만2,000㎞로 북미(2만3,000㎞)의 절반 수준"이라며 "이번 LG엔솔의 LFP 공급 계약이 이런 중저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이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