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책임감 강하신 분이 우수한 성과로 상 받은 날 떠나시다니..." "입사 4년밖에 안 됐는데도 어려운 업무를 거절하지 않고 묵묵히 해내는 성실한 인재였어요."
서울 도심 한복판인 시청역 사거리 교통사고 사망자 9명 중 서울시청 공무원이 2명이나 포함됐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시청은 슬픔에 잠겼다.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한 동료들은 망연자실한 채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역주행 참변의 희생자 2명은 행정국에서 청사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50대 팀장급 A사무관과 재무국에서 세무업무를 담당하는 30대 B주무관이다. 두 사람은 세무전문직 출신으로 몇 년 전까지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까지 B씨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은 "회식 같은 공식행사나 모임이 아니라 개인적 친분이 있으니까 두 사람이 만난 것 같다"며 "A씨는 세무과에서 일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사무관으로 승진해 다른 부서로 이동했고 B씨는 아직 결혼도 안 한 젊고 유능한 후배였는데 변을 당해 목이 메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이 된 두 사람은 모두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경북 안동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A씨는 몸이 불편한 장애를 극복하고 주경야독으로 서울시 세무직 시험을 치러 합격했다고 한다. 빈소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 친형(67)은 "동생이 중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팔을 못 쓰고 한쪽 눈이 실명됐는데, 젊었을 때 상경해 낮에는 아르바이트하고 밤에 공부해서 '몸도 불편한데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했었다"며 "장애를 이겨낸 고마운 동생이 변을 당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훔쳤다.
A씨는 세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의 재산 추적과 징수업무를 오랫동안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무는 체납자의 숨겨진 자산을 추적해야 해 치밀하고 꼼꼼한 일 처리가 필수인 고난도 업무다. 잠복근무도 다반사다. 승진해 옮긴 자리는 서울광장에서 벌어지는 집회와 시위 관리 업무였다. 역시 고된 업무로 손꼽히지만 묵묵히 맡은 일을 하며 모범을 보인 동료였다는 것이 주변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달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청사 앞에 설치돼 있던 이태원 참사 분향소 관리도 맡아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그가 이끄는 부서는 사고 당일 행정국이 월 1회 가장 성과가 좋은 부서를 포상하는 ‘이달의 우수 팀’으로 뽑혔다. A씨의 형은 "동생이 매일 11시 넘어 퇴근하고 명절에도 바빠서 집에 못 내려왔다"며 "내일 모레가 어머니 제사라 내려올 수 있는지 물어보려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어머니 제사를 어떻게 지내야 하나"라고 애통해했다.
B씨 역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기로 정평이 자자한 공무원이었다. B씨의 상급자였던 한 직원은 "주로 세무와 예산 업무를 맡았던 B씨는 다소 난도 높은 일을 맡겨도 거절하지 않고, 묵묵히 해냈다"며 "입사 4년밖에 안 된 젊은 후배였지만 책임감이 무척 강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이 공무상재해로 인정받을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무상재해는 유족이 인정해달라는 취지로 신청하면, 담당 기관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심사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숨진 서울시 공무원들은 최대 보상금이 2억 원인 서울시 단체보험에 가입돼 있어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선택적 복지로 공무원 개인마다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보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