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찐부자' 묵을 호텔 짓겠다는 파라다이스…인스파이어와 '영종도 혈투'는 볼만해졌다

입력
2024.07.02 20:00
17면
파라다이스 미래 성장 전략 제시
서울 장충동에 최고급 호텔 착공
부산·제주 카지노, 서울·인천급으로


호텔·카지노 기업인 파라다이스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서울 장충동에 최고급 호텔을 짓고 부산·제주 카지노의 질을 수도권 카지노급으로 끌어올린다. 파라다이스의 사업 확장은 핵심 사업장 파라다이스시티와 차로 10분 거리에 문을 연 인스파이어리조트와 벌일 '영종도 승부'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

파라다이스는 2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파라다이스 밸류업 프로젝트'를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파라다이스는 서울·인천·부산·제주 등 전국 네 곳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을 갖고 있다.

파라다이스가 새로 마련한 성장 계획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실적이 회복한 데서 출발한다. 핵심 사업이 카지노인 파라다이스는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2년 외국인 손님이 눈에 띄게 줄면서 3년 누적 1,368억 원 영업 적자를 냈다가 지난해 1,881억 원 흑자로 되살아났다. 카지노 큰손 중 하나인 일본인 VIP가 늘고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파라다이스를 찾는 가족 단위 고객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가 앞세운 미래 성장 동력은 호텔업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카지노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판단, 사업을 다각화하기로 했다. 카지노 명소, 휴가지로 자리 잡은 파라다이스시티의 성공도 호텔업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배경 중 하나다.


'영종도 라이벌' 인스파이어, 기회일 수도



파라다이스는 2028년 말 완공을 목표로 올해 말 서울 장충동에 최고급 호텔을 착공한다. 지상 18층, 지하 5층 규모인 이 호텔 객실 200개를 모두 스위트급으로 꾸밀 계획이다. 파라다이스는 전용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오는 '찐부자'도 묵길 원하는 호텔을 표방한다고 설명했다.

카지노는 전국 네 곳 사업장 모두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구체적으로 서울·인천보다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산·제주 사업장의 시설과 인적 자원을 재정비한다. 지난달 상장 시장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긴 것도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차원이다. 파라다이스로선 코스피 상장사이자 경쟁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 롯데관광개발 등과 같은 그룹으로 묶이면 코스닥 상장 때보다 한 단계 높은 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의 성장 전략은 영종도에서 3월 개장한 인스파이어리조트를 겨냥하는 면도 있다. 외국인 카지노 손님과 가족 단위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인스파이어리조트는 파라다이스의 대표 사업장이자 거리가 가까운 파라다이스시티와 사업군이 똑같다. 인스파이어리조트가 2046년까지 추가 투자도 예고하고 있어 파라다이스는 영업에 영향을 받기 쉬운 상황이다.

성장 전략이 궤도에 오르면 인스파이어리조트와의 승부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파라다이스 판단이다. 수익원이 다양해질수록 파라다이스시티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고품질 서비스를 강화할 여력도 생겨서다. 일부에선 파라다이스시티와 인스파이어리조트 사이의 경쟁이 시장 자체를 키워 두 곳 모두에 이득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최종환 파라다이스 대표는 "마카오, 싱가포르를 예로 들면 복합 리조트가 경쟁사로 진입했을 때 기존 사업자는 타격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엔 모두 성장했다"며 "인스파이어리조트의 등장으로 카지노, 호텔 시장이 커지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영종도= 글·사진 박경담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