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의회가 9대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본회의장 출입문까지 폐쇄했다. 지난달 24일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로 숨진 23명의 시청 분향소엔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는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감투싸움’에 혈안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일 화성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배정수 의원을 9대 화성시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당시 투표에는 전체 의원 25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3명만 참석했다. 국민의힘 11명과 개혁신당 1명 등 시의원 12명은 불참했다.
이튿날엔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뽑기로 했으나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간 다른 목소리가 나면서 파행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전반기 때 체결한 원 구성 합의문을 지키지 않는다”며 본회의장 문 2곳을 잠근 후 주출입구 손잡이에 쇠사슬을 걸고 잠금장치를 채웠다.
양당이 2022년 6월 체결한 원 구성 합의문에 따르면 전반기엔 민주당이 운영위원장·기획행정위원장 등 3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경제환경위원장 등 2개 상임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달 1일 임기가 시작되는 하반기에는 국민의힘이 3개 상임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이 2개 상임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4월 보궐선거에서 양당 의석수 비율이 달라진 만큼 상임위원장 배분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2년 7월 출범 당시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3대 12로 1석의 의석이 차이가 났지만,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13대 11로 의석수 차가 더 벌어져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전성균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했으나, 지난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 화성시의회 화성시 가선거구 보궐선거에선 민주당 최은희 후보가 당선되면서 13석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공영애 의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1석이 줄었다.
갈등 국면이 풀리지 않으면서 9대 화성시의회 후반기가 시작된 1일까지도 화성시의회 본회의장은 나흘째 쇠사슬로 묶인 채 출입이 막혀 있다.
지난달 24일 화성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 분향소’엔 이날도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화성시도 고용노동부·경기도 등과 함께 시청에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설치, 사망자 장례지원 등의 사고수습에 분주한 상황이다.
오문섭 화성시의회 전반기 부의장은 “안타까운 참사에 조용하게 원 구성에 나섰으나,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곧 협상의 진전을 이뤄 상임위원장 배분을 마무리 짓고, 본회의장 폐쇄도 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