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혼란에 빠지다

입력
2024.07.02 04:30
27면
미국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지난주 목요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사이에 첫 번째 대선 TV토론이 펼쳐졌다. 정책토론보다는 감정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체로 맞았다. 하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바이든의 나이가 핵심이슈로 부각된 점이다.

트럼프는 시종일관 에너지 넘치고 침착했다. 거짓 정보를 전달하고 과도한 주장을 펼칠 때에도 확신에 차 보였다. 반면, 바이든의 쉰 목소리는 몹시 거슬렸고, 하던 말의 마무리를 못 지을 때는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심지어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는 화면에서 멍한 표정, 어색한 눈의 깜빡임, 벌린 입, 찡그린 얼굴, 주름 등이 두드러져 보였다.

결과는 뻔했다. 토론 직후 CNN 여론조사에서 67%의 시청자가 트럼프의 승리라고 판정했다. 다음 날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후보를 바꿀 것을 제안하는 사설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민주당은 지금 대혼란에 빠져 있다.

그동안 민주당 지지자들이 2024년 대선을 대해왔던 태도는 "트럼프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후보를 상대로 우리가 절대 질 리가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중범죄로 유죄를 받은 사람이며, 부인이 임신했을 때 포르노 배우와 성관계를 가진 사람이다. 상식을 가진 유권자라면 그를 선택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러한 나이브한 면이 지난주 대혼돈의 뿌리이다.

트럼프는 토론할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2020년 대선 캠페인과 토론에서 했던 잘못과 실수를 숙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이 다른 토론 태도를 보였으며, 이는 분명 공화당 전략가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이렇게 변하리라 예상하지 못한 듯 하다. 특히 민주당 전략가들은 트럼프의 적응력을 보고 경각심까지 가지게 되었다.

트럼프는 실패를 교훈 삼아 변화를 실천했는데, 과연 바이든이 변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후보 교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이와 이미지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본다. 젊고 세련된 후보군들이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50대 정치인들이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후보를 새로 뽑는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 계파갈등과 이념갈등에 불을 지필 수 있다. 90년대 이후 큰 변화를 겪은 민주당은 소수인종과 전문직 고학력층 백인의 연합이자, 경제적 진보주의자와 사회적 자유주의자의 연합이다. 어느 하나를 강조하면 다른 쪽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전당대회를 한 달 반가량 남기고 있는 이 시점, 민주당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