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 첫 TV 토론회 이후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대통령 별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가족 모임은 예정돼 있던 일정이지만, 재선 출마 등 주요 결정을 가족과 상의해 온 바이든 대통령이 거취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이후 7회의 유세 행사를 마치고 사전에 계획된 가족 모임을 위해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바이든은 하루 전(지난달 29일) 별장에 도착했고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자녀와 손주들도 합류할 예정이라는 게 두 소식통의 전언"이라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별장 가족 모임은 가족사진 촬영을 위한 것으로, 올봄 이미 계획됐던 일정이다. 다만 NYT는 "바이든은 과거 대선 출마 또는 경선 불참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바로 그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시기와 상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로 '대피해' 있는 데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중요한 거취 결정을 대부분 가족 회의에서 상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첫 TV 토론이 실시된 지난달 27일 이후, 미국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는 '민주당 후보 교체' 요구가 빗발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참패했기 때문이다. 쉰 목소리와 말실수, 더듬거림 등 약한 모습을 보인 탓에 만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도 재차 증폭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민주당 대의원 지지를 99% 확보한 상태여서,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 한 후보 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매체인 NYT는 지난달 28일 사설에서 "조국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 하차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후보 교체 논의가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BS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유권자 72%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가족은 이번 '별장 회동'에서 계속 경선에서 싸우라며 그를 독려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NYT는 "(별장에 모인) 바이든의 가족은 그가 여전히 4년 더 대통령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국가에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한 익명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퇴 압력에 저항하라'고 간청하는 가장 강력한 목소리 중 하나는 대통령이 오랫동안 조언을 구해 온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는 지난달 12일 총기 불법 소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헌터가 아주 자랑스럽다"며 아들에게 신뢰와 애정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