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사망한 23명 중 18명은 외국인(중국 17명, 라오스 1명)이다. 또 참사 당일 아리셀 공장에서 일하던 10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3명 역시 외국인이었다. 이처럼 다수의 피해자가 외국인인데 단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인에 비해 적은 보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 희생자 유족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산업재해보험금'과 회사에서 지급하는 '민형사 보상금' 두 가지다. 화재가 난 아리셀에 불법 파견한 것으로 의심받는 메이셀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의무가입이라 피해자들은 산재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하는 산재보험금은 내·외국인 동일하게 지급된다.
반면 회사 지급 보상금은 내·외국인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사망 시점으로부터 만 65세까지 일하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일실수입'에 따라 지급되는데 외국인의 경우 한국에 얼마나 체류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국내 체류 예상 기간은 한국 소득, 본국 거주 예상 시간은 본국 소득을 기준 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비자에 따라 보상금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영관 변호사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국내 소득은 짧으면 2년, 길어야 5년 정도로 계산될 것"이라며 "한국인이 받을 수 있는 일실수입과 큰 차이가 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고 당일 다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당시 참사 현장 근무자들의 보상 규모도 국적에 따라 달라질 공산이 크다.
리튬의 경우 어떤 화학물과 결합돼 있는지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신체에 어떤 이상 반응이 나올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일정 기간 잠복기를 거친 뒤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철갑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화학공장 사고 시 지연된 산재의 가능성은 언제든 있기에 생존자에 대한 추적 검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얼마 뒤 자신이 살던 나라로 돌아가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뒤늦게 피해를 입증하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송사나 산재 절차를 밟게 되면 임시비자(G-1)를 받아 한시적 체류가 허용되지만, 본국에 돌아간 뒤 증상이 발현되면 마땅한 방법이 없다. 박선희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과거 사고 현장에 있었으므로 산재 가능성이 있다는 짐작만으론 입국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재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절단 등 눈에 바로 띄는 사고와 달리 일정 간격을 두고 발생하는 질병은 상대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은 데다 언어도 달라 유해물질과 독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년간 이주노동자를 지원해 온 김광일 노무사는 "일반 산재도 이주노동자에겐 언어가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데 화학물질로 인한 잠재적 피해의 경우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라 외국인이 인과성을 입증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용직이나 파견직 등 단기근무 이주노동자의 경우 더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속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기록 등이 없어 추적 관찰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영섭 이주노조연대 집행위원은 "파견 노동자들의 경우 몇 개월 일하고 계속 근무지를 옮기니 특정 사업장에서 발병했다는 증거를 대기 쉽지 않다"며 "건강검진이 주기적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리셀은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에 대해 강도 높게 이뤄질 수사 상황에 대비해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아리셀 측은 "유족분들 보상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