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서비스와 같은 선불식 할부거래 업체 가입자 수가 9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이 미리 낸 돈만 9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며 장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도 선불식 할부거래업자 주요 정보공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선불식 할부거래 가입자 수는 작년 하반기보다 약 59만 명이 증가한 892만 명이다. 같은 기간 선수금 규모는 12.6%(1조596억 원)가 늘어난 9조4,486억 원을 기록했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은 고객이 사업자에 2개월 이상의 기간에 2회 이상 대금을 지급하고 미래에 서비스를 받기로 계약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사업체 수는 평년과 비슷하지만, 가입자들이 낸 선수금이 크게 늘었다. 선수금 규모는 2021년 6조 원을 돌파한 후 매년 1조 원씩 늘어왔다.
선불식 할부거래의 99%는 상조상품이다. 작년 말 기준 선불식 상조상품 가입자 수는 863만8,000명, 선수금 규모는 9조4,067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다만 업황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큰 규모 업체들은 성장하고 있지만, 영세 업체들은 폐업하거나 부도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조업체 규모가 커지면서 폐업할 경우 소비자 피해가 적잖다는 판단에 정부는 관리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폐업할 경우를 대비해 선수금 중 51.4%를 공제 조합, 은행 예치, 지급 보증 등을 통해 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71개 업체는 이 의무를 다하고 있었지만, 6개 업체는 평균 29.8%만 보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상조 공제조합의 재무건전성 유지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법제 개편 연구 용역도 발주했다. 소비자는 상조회사 폐업 시 상조 공제조합을 통해 납부금의 50%를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공제조합에 대한 관리감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장 공제조합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한 것이 아니고, 장기적 관점에서 개선방향을 위한 연구”라며 “공제조합만 믿을 게 아니라, 가입 시 상조업체의 지급여력 비율을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