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 ‘리턴매치’를 4개월 앞두고 열린 첫 TV 토론에서 공수가 바뀐 채 맞붙은 두 전·현직 미국 대통령은 작정한 듯 악감정을 쏟아냈다. 상대방 약점을 물고 넘어지는 데 토론 시간 90분을 거의 다 쓸 정도였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그들은 독설과 비난으로 가득 찬 밤을 보냈다”고 총평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 오후 9시(현지시간)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의 CNN방송 스튜디오에서 불과 몇 m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섰다. 무대 오른편은 파란색 넥타이를 맨 바이든 대통령, 왼편은 빨간 넥타이 차림의 트럼프 전 대통령 자리였다. 둘 다 왼쪽 가슴에 성조기 배지를 달았다. 입장할 때는 물론 종료 후 퇴장할 때도 악수조차 나누지 않을 정도로 이날 분위기는 냉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첫째, 둘째’ 등 순서를 매겨가며 발언했다. 간결하고 정돈된 화법으로 자신에게 제기된 ‘고령 논란’을 지우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81세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미국 최고령 대통령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그의 말은 매끄럽지 못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은 쉰 목소리로 나왔고 활기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토론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명이 발언할 땐 상대방의 마이크를 끈다’는 토론 규칙도 도움이 안 됐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후보 토론 때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연신 끊어댔다며 요구한 규칙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대 발언을 방해 않고 잠자코 듣기만 했는데, 그러자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의 어눌함이 부각됐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일부 주제에 대해 발언하다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놓칠세라 “그가 아까 문장 끝에 무슨 말을 했던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자기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조롱했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유로운 자세로 토론을 주도했다. 다만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을 서슴지 않았고, 불리한 질문을 받으면 화제를 돌렸다. ‘대선에서 또 패배한다면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론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걸고 넘어지는 식이었다.
원색적인 언사도 오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멍청이(sucker)” “패배자(loser)”라고 불렀다.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군 전몰 장병을 폄훼하면서 썼던 표현을 되돌려준 것이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용 돈 제공’ 사건을 놓고 “부인이 임신했을 때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한 것”이라며 ”길고양이의 도덕성”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의심의 여지 없이 최악의 대통령이며, 토론할 필요도 없다”고 언급했다.
나이와 건강을 놓고 다투던 둘은 난데없이 ‘골프 설전’도 벌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두 번이나 골프 클럽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며 “그(바이든 대통령)는 골프공을 50야드도 못 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대결을 해보고 싶다”며 ”만약 (당신이) 골프가방을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다면 당신과 기꺼이 함께 골프를 치겠다. 그럴 수 있겠느냐”고 되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