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dizziness)은 자신과 주변 사물이 정지해 있음에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모든 증상을 말한다. 두통과 함께 신경과를 찾는 환자가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로 대부분 경과가 양호하지만, 간혹 어지럼증 자체가 중요한 신경학적 질환일 수 있어 원인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최근 어지럼증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어지럼증 환자는 2023년 101만5,119명으로 2014년 73만6,635명보다 10년 만에 38% 증가했다.
나승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어지럼증은 시각, 전정(前庭)기관, 감각계 변화가 발생하거나 해당 기관 또는 중추신경계에 질환이 발생했을 때 나타난다”고 했다.
어지럼증은 △차멀미, 뱃멀미와 같은 생리적인 현상으로 발생하거나 △내이 기능 변화로 생기는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같은 전정기관 이상에 의한 어지럼증 △뇌종양, 뇌졸중, 파킨슨병, 소뇌 실조 등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다.
또한 △기립성 저혈압, 기립성 빈맥 증후군으로 인한 기립성 어지럼 △심혈관 질환, 뇌혈관 협착으로 유발되는 뇌 혈류 부족 △당뇨병 △미주신경성 실신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율신경계 이상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또는 공황장애와 같은 심리적 증상으로도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어지럼증의 40% 정도는 말초 전정기관 이상으로 발생한다. 우리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귀 안쪽에 있는 내이 전정기관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석증(耳石症)이 대표적이다.
이석증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나타나지만, 두부 외상이나 전정신경염 이후 2차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 피로, 스트레스 등도 원인이 된다.
이석증은 개인에 따라 증상과 정도가 다양하다.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어지럼을 느끼는데 주로 뒤로 누울 때, 누워서 몸을 옆으로 뒤척일 때 어지럼을 느낀다. 메스꺼움,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어지럼의 지속 시간이 짧고 대부분 2주 이내로 증상이 회복되지만 자주 재발한다.
이석증은 고개 위치를 바꿔가며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전정기관으로 이동시키는 이석치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재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타민 D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신경과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에서 비롯되는 어지럼증이다. 이 경우에는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편마비, 발음이 어눌해지는 구음장애,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언어장애, 균형을 잡지 못하는 실조증 같은 국소 신경학적 결손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지럼, 구토만 나타나는 뇌 질환도 있어 증상이 지속된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나승희 교수는 “어지럼증은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경학적 진찰과 전정기능검사, 뇌 혈류 검사나 뇌 영상 검사, 자율신경계 검사, 동적 평형 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질환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지럼증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일으킬 만큼 반복·지속적이라면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진료를 받는 게 좋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인은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 음주, 비만 등 동맥경화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이 많아 뇌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나승희 교수는 “어지럼증이라고 하면 대부분 빙글빙글 도는 증상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심한 회전성이 동반되지 않아도 혼자 걸을 수 없을 정도의 균형장애가 있다면 더 심각한 질환이 원인일 때가 많다”며 “특히 팔다리 감각 이상, 발음 이상, 안면 마비 등 뇌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면 뇌혈관 질환으로 심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