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시도 연루’ 볼리비아 군 장성 등 17명 체포… “3주 전부터 모의”

입력
2024.06.28 09:33
‘대통령과 조율’ 의혹도 확산… 진상 규명 요구 ↑

남미 볼리비아에서 3시간 만에 끝난 군부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육군 장성 등 17명이 체포됐다. 야당 일각에서 군인들의 수도 진군 및 철군 경위에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사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에두아르도 델 카스티요 볼리비아 내무장관은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전날 쿠데타 시도와 관련, “무위로 돌아간 쿠데타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1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대부분 군인으로, 전·현직 장성도 포함돼 있다”며 “이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3명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쿠데타 시도는 3주 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조사됐다. 델 카스티요 장관은 브리핑에 앞서 이뤄진 TV방송 우니텔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군 장성과 장교가 민주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3주 전부터 치밀하게 쿠데타를 모의했고, 어제(26일) 실행에 옮기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처리 지연 등과 같이 무력을 동원하지 않는 ‘소프트 쿠데타’ 움직임이 있다는 첩보를 사전 입수했다면서 “(그러나) 어제 대통령궁 주변에서 벌어진 형태의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쿠데타 시도를 주도한 전직 합참의장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과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의 ‘조율설’도 나오고 있다. 볼리비아 언론들은 두 사람의 최근까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예컨대 쿠데타 시도 사흘 전인 지난 23일 수니가 장관과 아르세 대통령이 친선 농구 경기 행사에 참석해 단체 사진도 함께 찍었다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 수니가 장군은 전날 체포될 당시 “대통령이 내게 ‘상황이 매우 엉망’이라면서 (나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암묵적 지시에 따른 쿠데타 시도였음을 시사한 것이다.

야당에서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볼리비아 정치 분석가인 카를로스 토란소는 영국 BBC방송 스페인어판(BBC 문도) 인터뷰에서 “수니가 장군이 대통령궁에 들어가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지 않고 일부 정치범 석방을 요구했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호르헤 산티스테반 변호사도 한 라디오방송에서 “어제 사건은 쿠데타라기보다는 소규모 군인들의 계획된 정치 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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