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대 훈련병에 '얼차려' 못 시킨다...체력단련 방식 팔굽혀펴기, 뜀걸음 '금지'

입력
2024.06.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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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신병교육대 훈련 실태 점검
군기훈련 지휘관, 영관급으로 상향

신병교육대(신교대) 훈련병에 대한 체력단련 방식의 군기훈련(얼차려)이 앞으로 금지된다. 육군 12사단 신교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방부가 내놓은 재발방지 대책이다. 군법교육 등 신교대 내 정신수양 교육에도 대대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국방부는 27일 김선호 차관 주관으로 '신교대 사고 관련 재발방지 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이 군기훈련 규정 변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전체 21개 신병교육부대를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을 실시했으며, 이날 군별 점검결과와 후속조치 보고 및 건의사항을 논의했다.

훈련병, 얼차려 금지…정신수양·동기부여 중심의 군기 교육

먼저 신교대 군기훈련 사항을 대폭 손보기로 했다. 군기훈련은 가벼운 규정 위반 훈련병에게 부여되는데, 기본적으로 체력단련과 정신수양 교육으로 나뉜다.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앉았다 일어서기 등이 체력단련에 속하는데, 앞으로는 이를 금지하기로 했다. 기간병 등은 명상이나 반성문 작성, 법령이해교육 등 정신수양 중심으로 이를 대신해야 한다. 김 차관은 "(훈련병들이) 아직 완전한 군인으로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부족하고 그들의 시각에서 맞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이번 회의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군기훈련 승인권자도 급을 높였다. 규율 위반자가 병사면 중대장급 이상, 간부면 영관급(소·중·대령) 이상 지휘관으로 하기로 했다. 승인권자는 군기훈련 시행 여부와 종목‧방법‧복장 등을 결정한다. 다만, 육군의 경우 신교대의 승인권자를 영관급 지휘관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또한 각 군별로 다르게 적용됐던 온도 지수별 행동 및 통제 기준도 통일했다. 개인화기 및 수류탄 과목은 입영 2주 차부터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교육체계를 개선했다.

"후진적 시스템 개선" 환영에 "훈련 체계 혼란" 우려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전직 국방 고위인사는 "체력단련 방식의 군기훈련은 정신수양만으론 충족할 수 없는 효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대위급 장교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그 계급의 책임을 뺏어버리면 훈련 체계가 흔들리고, 영관급 장교들 업무는 더 과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군기훈련보단 미국처럼 정규훈련과 안전관리체계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에 "규정이 있었는데도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반이 있었다"며 "교관들에 대한 인권교육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7월부터 신병대 교관들을 대상으로 특별 인권교육을 시행하고, 각 신교대는 국방부 표준교안을 활용해 전 간부와 병사를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을 내달까지 마칠 예정이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