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그룹 재구조화(리밸런싱)의 연장선으로 독일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인수했다. SK그룹의 바이오사업 부문에서 리밸런싱이 실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SK팜테코와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분야 중복 가능성에도 투자가 단행된 만큼 향후 그룹 리밸런싱이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날 공개된 독일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Biologika) 인수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룹 전체가 리밸런싱이란 이름으로 최적화 작업 중인데, 이번 인수도 리밸런싱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전체가 리밸런싱을 공식화한 가운데, 바이오 부문에도 최적화 작업이 본격화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어 그는 "(이번 인수로) 리밸런싱이 끝난 건 아니다"라면서도 "지난해 향후 5년 간 2조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규모는 축소됐다"고 덧붙였다.
그간 SK그룹 리밸런싱에서 바이오 부문은 재구조화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 등은 최태원 회장의 SK㈜ 쪽,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 등은 최창원 의장의 SK디스커버리 쪽으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SK팜테코가 이포스케시 등을 통해 주력하고 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가 목표한 신사업 영역과 중복된다는 점에서 리밸런싱의 '트리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어왔다. 이번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같은 유럽권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벌이는 IDT 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면서 바이오 부문도 리밸런싱에 속도가 붙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팜테코는 미국 증권시장 상장(IPO)을 포함해 지분 매각, 공장 판매 등이 거론돼 왔다.
안 사장은 "리밸런싱이 선택과 집중이란 면에서 이번 인수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IDT 바이오로지카가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로 나아가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앵커'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사업 중복에 대해서는 "팜테코 측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으며,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에서 오히려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CDMO 기업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CDMO 사업을 추가하는 것인 만큼 SK팜테코와 사업이 겹치지 않는 방향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겠다는 설명이다.
IDT 바이오로지카는 1921년 설립돼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의 CDMO 사업을 펼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IDT를 소유한 클로케(Klocke) 그룹으로부터 60%의 지분을 약 3,390억 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클로케 그룹 또한 동시에 약 760억 원을 투자해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1.9%를 신규 확보할 예정이다. IDT의 지난해 연매출은 약 4,100억 원, 영업이익은 183억 원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2배 수준의 즉각적인 매출 신장, 미국·유럽 등 선진국 기준의 품질을 충족하는 생산 역량과 고객 네트워크 확보, 글로벌 통합 인프라 구축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