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조달은 물음표, 교사 양성은 복수안... '산 넘어 산' 유보통합

입력
2024.06.27 19:00
[교육부 '유보통합 실행계획' 발표]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재원 확보 방안 부재
통합교사 자격 부여 방안도 단일안 못 내놔

정부가 27일 영유아 보육·교육 체계 통합(유보통합) 시안을 발표했지만, 원활한 정책 추진의 관건인 재원 확보 방안은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교사 자격, 입학 기준 등 또 다른 쟁점 사항도 연말에 확정하겠다고 미뤘다. '30년 난제' 유보통합 과정이 여전히 '산 넘어 산'인 셈이다.

이날 교육부가 공개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에는 예산 소요 추정액과 구체적 재원 확보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유보통합의 궁극적 목표인 영유아 보육·교육 수준 향상을 뒷받침할 급식 개선, 방과후 프로그램 확대 등의 재원 마련 방안이 불투명한 것이다. 교육부는 내년 말 종료 예정인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대신해 국고를 확보할 한시적 '교육·돌봄책임특별회계' 신설 방향만 제시했다.

교사노조연맹과 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행복한교육학부모회 등 40개 단체는 이날 선언문을 내 "특별회계안 설계는 인건비 계상 등이 빠져 허점투성이"라며 "'유보통합 예산 특별법' 제정으로 국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추가 소요 예산을 초·중등학교 예산인 지방교육교부금으로 충당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교육계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은 시안이 나온 단계로, 예산 협의 단계가 남아 (예산 계획이) 숫자가 제시되지 못한 것"이라며 "확정 과정에서 최대한 실현시키겠다"고 했다.

'통합교사 자격' 부여 방안도 연말로 결론이 미뤄졌다. 실행계획에는 그간 논의됐던 △0~5세 영유아 정교사 단일 자격제(①안) △0~2세 영아 정교사와 3~5세 유아 정교사 구분(②안)을 복수안으로 소개하는 데 그쳤다. 현행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이상에서 교직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정교사 자격을 얻는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전문대학 이상 대학 외에 보육교사교육원(3급), 평생학습기관 등 학점 이수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①안은 유치원 교사 등이 "아동 연령대별 발달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한다. ②안은 아동 발달단계에 맞춘 교사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교사 양성 과정에서 유아 쪽에 쏠림이 일어날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정영훈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장은 "계속 의견을 수렴해 연말 확정하겠다"고 했다.

교사 처우 개선안도 '사립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의 처우개선비 단계적 인상' 정도로 느슨하게 제시됐다. 현재 사립유치원 교사는 처우개선비로 월 85만 원, 보육교사는 월 49만~59만 원을 받고 있다.

부모의 관심이 높은 통합기관의 영유아 모집 방식도 결정이 늦춰졌다. 유치원은 모집·입학 시기가 학교처럼 정해진 반면, 어린이집은 점수제와 결합된 상시 모집제라 부모가 순번을 기다리는 식이다. 통합기관 모집 방식을 유치원처럼 추첨제로 할지, 어린이집처럼 맞벌이와 다자녀 가정 등에 우선순위를 줄지, 또 다른 방식을 쓸지를 두고 결정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교육부는 입학·입소 신청 창구 통일과 유치원 상시 입학제 도입 방침만 이날 밝혔다. 정영훈 단장은 "어린이집은 영아가 들어가는 시기가 들쑥날쑥해 점수제를 추첨제로 바꾸면 현장 혼란이 클 것"이라며 "일정 기간은 별도로 가는 걸 생각한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공론화를 거쳐 공정성 확보 방식을 마련하겠다"며 "변경된 방식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했다.

지난해 말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로 유보통합 첫발을 뗀 어린이집과 유치원 체계 일원화로 관리주체가 이날 교육부로 넘겨졌으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맡아온 업무·예산·인력을 교육청으로 이관하기 위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교육부는 연말까지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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