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 순익 34조'... 2010년 이후 금리인상기 중 '최대'

입력
2024.06.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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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 93% 
기업대출·예대금리차 확대 덕

지난해 은행권 이자 순이익이 34조 원을 넘어 2010년 이후 금리 상승기 중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 대출이 늘고,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도 확대된 영향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이자 수익에서 비용을 뺀 순익 규모는 34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이후 세 차례 금리 상승기 중 가장 큰 액수다. 그 결과 가장 최근 금리 상승기에 진입한 2021년 이후 은행의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도 93%까지 높아져 2010년 이후 장기 평균인 87.8%를 웃돌았다.

통상 금리 상승기엔 경기 요인 등으로 기업 대출이 증가하는데, 이번엔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실제 은행 대출잔액 변동을 보면, 이번 금리 상승기(2021~2023년) 기업대출 잔액은 연평균 58조5,000억 원 늘고 가계대출은 2조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기업 영업자금 수요가 증가한 데다, 고금리로 채권시장이 위축되면서 은행 대출 수요가 확대됐다"며 "2022년 이후로는 위험 수준을 반영한 수익률도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높아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예대금리차가 커진 점 역시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 대출 내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예금은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금리 상승기엔 기준금리가 3%포인트 껑충 뛰면서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0.3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010년 이후 최대 폭이다. 이에 따라 이번 상승기 이자순익 중 금리 요인의 기여도(5조1,000억 원)는 과거(1조2,000억 원)보다 대폭 확대됐다.

앞으로도 은행 이자 수익 고공 행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와 순이자마진이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 대출의 부실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최근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부문 연체율이 오르고 있고, 과거 금리 상승기에 비해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신용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취약 부문에서 발생하는 대손비용 규모 및 예대금리차 축소 정도가 은행 수익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