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준비 완료."
26일 오전 11시 39분 전북 군산시 앞바다 선유도해역에 있는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유산 조사단 잠수통제실. 민간 잠수사의 신호에 정헌(29)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물 밖으로) 상승하라"고 회신했다. 정 학예사는 잠수사의 카메라로 송출되는 수중 이미지를 모니터를 통해 꼼꼼히 들여다봤다.
잠수통제실은 바다에 떠 있다. 대형 유물을 끌어올리는 크레인 설비와 잠수사와 소통하는 통신 장비를 갖춘 가로·세로 17m 크기의 바지선이 수중유산 조사단의 베이스캠프다. 2021년부터 활동 중이다. 이날 국가유산청이 공개한 수중 유산 발굴 현장을 찾았다.
이날 오전 11시 44분 민간잠수사 김태연(46)씨가 입수한 지 25분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수심 7m 바닥에서 수습한 목재 2점을 인양틀에 단단하게 고정해 들고 나왔다. 해저에서 잠수사들은 100m의 직선거리를 1m 간격으로 촘촘히 훑고 땅을 파면서 작업한다. 뭔가 있을 듯한 '느낌'이 오는 곳을 만나면 슬러지 펌프를 이용해 뻘을 뽑아내는데, 김씨가 찾아낸 것도 뻘 아래 60cm 지점에 묻혀있었다.
잠수사들이 가져온 물체를 바지선 위에 올리자 연구소 직원들이 분주해졌다. 우선 담수로 세척한다. 바닷물에 수백~수천 년간 잠겨 있었을지 모르는 만큼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공기 중에 오래 둘수록 부식 위험도 커진다. 이날 건져 올린 건 공납품일 가능성이 있는 사슴뿔과 고선박 구조물로 추정되는 목재. 사슴뿔에는 따개비가 앉은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고, 소나무나 참나무로 추정되는 1.5m 길이 목재에도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 바닷벌레가 먹은 흔적이다. 정 학예사는 "전남 목포에 있는 연구소로 보내 연대 측정 등 정밀 조사와 보존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박용 목재가 나왔다는 건 망망대해 어딘가에 유물을 가득 실은 배가 가라앉아 있을 가능성을 가리킨다. 선유도 일원은 조선시대 화물선인 조운선들의 정박지였고, 수군 진영인 '군산진'과 사신이 묵은 객관인 '군산정'이 있었다. 서해 연안 항로 거점 역할을 하면서 많은 선박이 오갔다. 조사단은 열흘은 바다 위에서 먹고 자고, 5일은 육지에서 쉬는 생활을 3년째 하면서 '보물선'을 찾고 있다.
선유도 해역에선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2022년까지 발굴된 유물은 고려청자, 조선 분청사기·백자 등을 비롯해 500여 점이다. 지난해엔 청동기시대 간돌검(마제 석검), 삼국시대 토기, 후백제시대 기와 등이 나왔다. 이규훈 연구소 수중발굴과장은 "마제 석검 발견으로 청동기시대에도 선유도 해역이 항로로 이용됐다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