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밤 연이틀 오물 풍선을 내려보냈다. 벌써 여섯 번째다. 전날 밤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에 대해 즉각적인 대북 확성기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언제든 방송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여지를 남겨둔 군 당국은 연이은 '풍선 도발'에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9시48분 경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을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시는 북서풍을 타고 내려온 오물 풍선이 10시5분 쯤 서울 상공으로 진입한 것을 확인했다. 북한은 전날에도 오물 풍선 350여 개를 살포했다. 이 중 100여 개는 경기 북부와 서울에 낙하했다. 합참은 "종이류 쓰레기가 대부분이며, 분석 결과 위험한 물질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낮에 대북 확성기 방송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군은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이 실장은 "전략적·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물 풍선에 무조건 대북 확성기 방송 맞대응을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군은 지난 9일 북한의 4차 오물 풍선 살포 때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았다. 이 실장은 "임무가 부여되면 즉시 시행할 것"이라며 '준비 완료' 상태를 시사했다.
군이 '즉각' 반응을 하지 않은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유엔군사령부의 확성기 방송 자제 요청과 △가장 강력한 '심리전 카드'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대북 방송에 특히 민감한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경우, 우리가 내놓을 '더 강력한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북한의 돌발행동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에 '새로운 대응'(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예고한 바 있다. 최근 미 항공모함 루스벨트호가 부산에 입항한 것에도 강하게 반발하며 "압도적이며 새로운 모든 억제력 시위"(김강일 국방성 부상)를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20가지 정도의 '회색지대 도발'과 '국지도발'을 망라한 도발 양상을 전망했다. △사고를 위장한 대북전단 살포 민간단체에 대한 공격 △해외 체류 우리 국민에 대한 공격 △서북도서 및 해군 함정에 대한 공격 등 고강도 국지도발 등이 내용이다. 이 위원은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는 군 당국의 방침은 당분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 여론 조성을 위한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육군은 이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대화력전 핵심전력인 '천무' 유도탄의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에서 천무 7대가 수십초 만에 쏘아 올린 장사거리 유도탄 48발은 55㎞ 떨어진 표적에 정확히 명중했다. 다연장로켓 천무는 최대 사거리 80㎞로, 위성항법시스템(GPS)과 관성항법시스템(INS)을 탑재해 정밀한 타격이 가능한 고폭유도탄과 300여 개의 자탄을 쏟아내 축구장 3개 면적을 순식간에 초토화할 수 있는 분산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