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40대 목전이지만 지금도 청춘" [인터뷰]

입력
2024.07.01 09:07
변요한,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 인터뷰
송강호와 함께 호흡한 소회
"글로벌 1위 못했지만 내 마음 속 1위"

배우 변요한은 그가 맡았던 김산과 꽤 높은 싱크로율을 갖고 있는 연기자다. 흔들리지 않는 방향성과 신념으로 그만의 길을 우직하게 걷는 모습이 그렇다.

최근 변요한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변요한은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 역을 맡았다.

김산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뒤 끼니 걱정 없이 사는 부강한 나라를 꿈꾸지만,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계획은 무산된다. 김산은 절망에 빠진 순간 꿈을 이루어 주겠다며 다가온 삼식이 삼촌을 만나 새로운 길을 마주한다.

긴 여정을 마친 소회를 먼저 들을 수 있었다. 변요한은 "상영회를 열고 다 같이 봤는데 너무 좋았다. 작품의 결과를 같이 본다는 것이 좋았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대해 잘 다룰 수 있음에 감사했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변요한은 작품이 공개 이후 큰 흥행을 거머쥐었다고 볼 순 없으나 세상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는 것을 강조했다. 글로벌 1위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겐 1위라며 작품이 가진 무게감을 되새기기도 했다.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내용이 해외 팬들에겐 진입장벽이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변요한은 그보다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대한민국의 배우로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루는 작품에 참여했고 무한한 영광을 느꼈단다.

이처럼 변요한에게 자랑이 된 '삼식이 삼촌'. 이 작품은 대본부터 변요한을 매료시켰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너무 좋았다고 회상한 변요한은 "저는 특정 장르를 좋아하기 보단 필연에 의해 작품에 임한다. 낭만이 묻어있게끔 글이 쓰여졌다. 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피부에 와닿았다"라고 떠올렸다. 다만 역사가 곧 배경이지만 특정 인물을 참고하진 않았다. 변요한은 늘 그랬듯 모든 연기의 답을 대본에서 찾았고 이번 작품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답을 찾았을 때엔 신연식 감독, 또는 함께 작품하는 배우들에게서 답을 찾으며 함께 작업을 마쳤다.

다양한 장르에서 뛰놀던 변요한이지만 이번 작업은 쉽진 않았다. 때론 현장에서 숨 막히는 감정을 느끼곤 했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1부 김산이 모두의 앞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변요한은 제주도 바다 앞에서 홀로 읊조리기도, 손짓 발짓을 써보면서 스피치를 하기도 했다. "입이 닳도록 연습을 해서 툭 치면 나올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롱테이크로 촬영했죠. 김산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기에 더 임팩트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제 연설을 보고 있는 송강호 선배님의 표정을 모니터링 했을 때 감탄했지만 그 이후 앞으로가 걱정이 되더라고요.(웃음)"

송강호는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후배들의 연기에 '거침이 없다'라는 표현을 썼다. 이를 두고 변요한은 "저 뿐만 아니라 다들 마음을 담아 연기를 했다. 제 부족함도 많이 느꼈다"라고 떠올렸다. 변요한이 떠올린 현장 속 송강호는 자기 연기가 끝난 후에도 상대의 연기를 보며 박수치고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워낙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선배님 앞에서는 한없이 부끄럽고 작아진다. 저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경건하시다. 현장을 정말 많이 사랑한다. 30년 이상 현장에 계셨던 선배님의 모습은 이렇게 한결 같았겠구나. 정말 많이 느끼고 따라하려고도 했다"라고 언급했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어서였을까. 변요한은 엔딩 장면에서는 실제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금도 마음이 '꿈틀꿈틀'한다. 배우들과 많이 교류했고 서로를 믿어줬다. 현장만 생각한다면 믿음과 의심이 반복된다. 그 의심을 뛰어넘을 때 환호가 나온다. 송강호 선배님은 마치 마법처럼 의심을 뛰어넘었다. 현장 배우들을 보면 제가 제일 부족했던 것 같다. 선배님과는 현장에서 손을 꽉 잡았다. 체온을 나눴다"라고 그때의 경험을 곱씹었다.

'삼식이 삼촌', 그리고 주인공 김산에게 '꿈'과 '야망'은 가장 주요한 키워드다. 김산이 움직이는 이유가 그의 꿈과 야망이기 때문. 그렇다면 배우 변요한의 꿈과 야망은 무엇일까. 이를 묻자 "저는 꿈과 야망에 굉장히 솔직하다. 무언가를 먹고 싶으면 꼭 먹는다. 제겐 소소한 것부터 시작이다. 또 야망은 제가 건강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제 모든 에너지가 끝날 때까지 연기하고 싶은 것이다. 언제까지 연기가 재밌을까. 수명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매번 제 스스로 한계라는 것이 느껴질 때쯤 흔들리는 시기가 온다"라고 짐짓 무거운 답변을 내놓았다.

올해 38세인 변요한. 대학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그의 청춘은 늘 연기와 함께였다. "저는 빨리 나이가 들고 싶어요. 하루하루 조금씩 주름이 느는 게 느껴지곤 합니다. 앞으로의 제 모습이 기대가 되고 있어요. 그간 청춘의 모습보단 역할이나 배역에 따라서 계속 살아왔지만 마음 속에는 다 청춘이 있었거든요. 지금도 청춘입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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