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치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시급한 보수진영의 혁신은 뒷전이고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격이다. 대선 경선에 나서려면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대선 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헌당규에 아랑곳없이 당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24일 SBS라디오에 나와 "어떤 당 대표가 국민의 열망을 받아서 대선에 이길 수 있는 유력한 후보의 입장이 됐다면, 대선 출마 자격을 갖추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2027년 3월 대선을 감안하면 당대표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내년 9월 이전에 물러나야 한다. 원 전 장관도 전날 출마 회견에서 "국민이 어떻게 불러주시느냐에 따라 생각할 문제"라며 여지를 남겼다.
당권·대권 분리는 특정 대선주자가 당을 장악해 좌지우지하는 '제왕적 총재'를 막기 위한 장치다. '불공정 경선' 논란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유력주자들의 입장 표명에 당권이 대권의 디딤돌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당대표가 5차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자연히 지도체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됐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지도부를 선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당 관계자는 "이래서야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겠나"라며 "임기 1년짜리 당 대표를 몇 번이나 겪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당내에 미래 권력이 대두되면 필연적으로 현재 권력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에서 쇄신 요구가 희석될 우려도 크다. 당 체질 개선이 아닌 대선 출마 논란으로 온통 관심이 쏠릴 수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발의하겠다고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향후 대선을 염두에 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이나 원 전 장관은 이번 당대표를 (대선 전) 디딤돌로 생각한다"며 "더 많은 주자들이 대선 판을 벌일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게 지금 당대표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도 YTN라디오에 나와 "우리 당의 최고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누구냐, 한 전 위원장 아니냐"면서 "지금부터 줄 세우기 하는 것 아니냐. 완전히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가세했다.
한 초선의원은 "당 개혁이 중심에 서지 않으면 누가 당대표가 되건 대선에서 필패"라며 "저마다 혁신 경쟁을 하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