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정국(USPS)이 1963년 7월 1일 5자리 우편번호(ZIP Code)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전역을 00001부터 99950까지 권역-지역별로 구분한 우편지역 개선 프로그램(Zoning Improvement Program). 전후 폭증한 우편 물량을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한 일부 직원들의 건의에 따른 조치. 이전까지 미국 우편물은 178개 대도시에 한해 구역을 나눈 지역번호로만 분류됐다.
2차대전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숙련된 우편배달부들이 대거 전장으로 떠나면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신참 배달부들로 대체된 반면 위문편지와 답장, 소포 등 우편 물량은 폭증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사자가 많아 사정은 썩 나아지지 못했다.
전쟁 전 연간 300억 건이던 우편 물량은 전후 800억 건으로 폭증했다. 1961년 기준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우편 물량만 주당 4,300만 건에 달했다. 우정국 우편검열관(Henry Bentley Hahn, Sr)이 현장 상황을 분석한 뒤 1953년 ‘현장 우체국 개편방안’이란 보고서를 담당 감찰관에게 제출했다. 그 보고서를 토대로 로버트 문(Robert A. Moon)이라는 직원이 5자리 우편번호를 창안했다. 첫 3자리(000~999)로 미국 전역을 광역 단위로 구분하고 나머지 두 자리로 지리적 위치를 세분화한 시스템. 그 계획은 1962년 11월 말 공포돼 7개월 시범서비스를 거쳐 전면 시행됐다. 우정국은 1983년 기존 우편번호에 4자리 수 확장코드를 추가 도입, 블록과 단지, 대형빌딩 등을 다시 세분화했다.
남부 캘리포니아 부촌 10대 청소년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1990년대 폭스(Fox)사 인기 드라마 ‘베벌리힐스 90210’의 90210이 지역 우편번호였다. 개선된 우편번호는 여론조사기관과 보험사, 온라인 마케팅 업체 등의 영업에도 기여했다. 대한민국은 1970년 1월 우편번호를 처음 도입, 세 차례 개정을 거쳐 2015년 현재의 5자리 국가기초구역번호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