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외환시장의 밸류 업을 기대한다!

입력
2024.06.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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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외환시장이 7월 1일부터 새 도전에 나선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외위기관리 차원에서 폐쇄적 통제방식으로 운영해 왔던 외환시장을 개방적 경쟁방식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외환당국이 추진해온 '외환시장 구조개선 정책'이 정식 시행되는 것이다. '외환시장 개방'과 '개장시간 연장'이 골자인 이 조치는, 우리 외환시장이 글로벌 수준의 접근성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우선, 외환시장을 개방하여 외국 금융기관들이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금융기관들과 함께 국내 외환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우리 외환시장은 더욱 경쟁적 구조로 전환하게 된다. 외환시장 개장시간도 현재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 반까지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로 10시간 30분 연장된다. 이제는 영국 등 우리보다 시간이 늦은 지역에서도 업무시간 내 환전이 가능해지고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 시 실시간 환율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전자거래 플랫폼 도입, 제3자 외환거래 허용, 외환동시결제서비스(CLS) 공동망 연장 운영 등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보완 조치들도 추진되고 있다.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한 외부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달 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연례 한국시장 접근성 점검 결과에서 '외환시장 자유화' 부문에서 '진전이 있다'고 언급했다. 대체로 우리 외환시장이 글로벌 수준으로 진일보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먼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의 흡수 과정에서의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다. 우리 외환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았던 역외 원·달러 NDF시장 거래들이 역내에서 이루어질 경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연장 시간대의 외환거래 활성화 여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가 늘어나고 접근성이 개선되더라도 오랜 기간 굳어진 역외 거래 관행이 바뀌기는 쉽지 않아 연장시간대의 외환거래 부진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우려를 감안하여 외환 당국은 야간 시간대의 원활한 외환 유동성 공급과 원-달러 거래 활성화를 위해 연장시간대 거래실적에 높은 가중치를 적용하는 등 선도은행 제도를 개편하여 선도은행의 시장조성자로서의 역할을 촉진하고자 한다. 아울러 원화 외환거래의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무엇보다도 외환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MSCI 선진국 지수나 세계국채지수(WGBI) 등 글로벌 금융지수 편입 노력도 지속되어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될 경우 약 400억 달러의 채권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환시장 구조개선 조치들과 시범사업들을 착실하게 수행해 왔다. 26개 외국 금융기관이 등록 절차를 마무리했고, 관련 규제·회계기준도 정비되었으며 10차례 시범거래를 통해 연장시간대 거래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장애물은 곧 길이 된다(What stands in the way becomes the way)"는 로마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처럼, 자본시장과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던 장벽이 외환시장 선진화의 새 길을 열어주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새로운 도전은 또 다른 리스크도 동행한다는 점을 유념하여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