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원 구성을 위한 ‘최종 협상 시한’으로 여야에 제시한 23일이 별다른 성과 없이 지나갔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본회의에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공산이 커졌다. 국민의힘이 24일 의원총회에서 7개 상임위를 받겠다고 나설 순 있지만, 현재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추경호 국민의힘·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났지만 20분도 채 안 지나 회동을 종료했다. 먼저 의장실을 나온 추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무런 제안이나 추가 양보 협상안 제시가 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빈손 협상은 무의미하고 앞으로 만날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온 박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은 협상에는 임하지만 우리를 설득할 논리와 계획이 없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빈손 회동'이었음을 공히 숨기지 않은 것이다.
'협상 디데이'가 성과 없이 지나면서 25일 본회의는 예정대로 열릴 전망이다. 우 의장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주말(23일)까지 원 구성 협상을 종료해달라"고 최종 통지했다. 24일까지 양당의 상임위원·위원장 명단 제출을 기다린 뒤, 다음 날인 25일 본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있다. 국민의힘이 24일 의총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나머지 7개 상임위를 받겠다고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까지 장고를 이어간 뒤 의총에서 입장을 밝히고 의원들의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앞서 그는 페이스북에 "주말 내내 숙고하겠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의 고심만큼이나 국민의힘 당내 의견은 분분하다.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는 복귀파와 강경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강경파가 혼재돼 맞서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없이 치러진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등 계기로 복귀파 의견에 조금씩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채 상병 청문회에서 (여당이) 아무 역할을 못 하면서 민주당만 힘을 얻지 않았나"라며 "이제는 국회에 들어갈 때"라고 했다. 이날 당대표 출마를 밝힌 나경원 의원 또한 "법사위를 보니 민주당 의회독재의 수준이 상상 초월"이라며 "이제 저희가 들어가서 싸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느긋한 분위기다.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의 목표는 법제사법·운영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라며 “국민의힘은 이러한 원 구성 결과를 인정하고 국회 정상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