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전모(53)씨는 지난해 10월 '리딩방 투자 사기'를 당했다. 리딩방은 종목을 추천해주는 메신저 대화방이다. '전문가 리딩에 따라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터넷 광고에 홀려 들어간 단체 채팅방이었다. 전씨를 비롯한 수십 명 피해자들이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투자금을 넣었다. 곧 사기였음을 알아챘고, 전씨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났다. 경찰은 일당 17명을 검거했고, 일부는 재판에서 유죄 선고가 났지만 전씨와 피해자들이 돌려받은 돈은 여전히 0원이다. 전씨는 "손해 복구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니, 범죄자들은 형을 받아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주식 리딩방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범죄자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요원하다. 피해자들은 사기에 이용한 계좌를 동결하는 게 쉽지 않아 돈을 묶어두기 어렵고, 형량이 너무 낮아 합의도 잘 안 하려고 해서 피해금을 돌려받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주식이나 코인 관련 리딩방에 초대한 뒤 돈을 가로채는 사기는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3개월 동안 경찰에 접수된 리딩방 투자 사기 신고는 1,783건. 지난해 9~12월 4개월 동안 1,452건이었던 데 비해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3개월 동안 피해 금액도 지난해 9~12월의 1,266억 원보다 급증한 1,704억 원이다.
그러나 피해자 구제는 범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보이스피싱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은행이 범행 이용 계좌를 즉시 동결하고 지급 정지할 수 있다. 그러나 리딩방 사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먼저 계좌를 묶어둘 수가 없다. 형사 고소와 경찰의 영장 발부 및 수사가 필요하지만, 그사이 돈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이렇다 보니 계좌정지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리딩방을 보이스피싱으로 허위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신고했지만, 피해를 증명하지 못해 15일 만에 정지가 풀렸다"며 "경찰로부터 계좌에 잔고가 다 빠져나갔다, 상품권이나 코인으로 바꿔 추적이 어렵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합의를 기대하지만, 리딩방 관련 범죄 형량이 낮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범인들이 범죄 수익을 지키기 위해 몸으로 때우겠다고 버티면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 전씨는 "자금 인출책인 A씨는 이달 법원에서 30억1,800만 원을 인출해 현금화했다고 유죄가 인정됐지만, 징역 5년에 그쳤다"며 "5년만 감방에 있어도 30억 원을 버니 연 6억 원대 고액 연봉자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징금도 턱없이 부족하다. A씨에게 내려진 추징금은 1,200만 원. 피해액의 0.4%에 불과하다. 피해자들의 배상명령 신청 역시 각하됐다. 익명을 요청한 사기 전문 변호사는 "피해액에 비해 추징되는 금액이 적어 피해 회복이 될 수 없다"며 "범죄자들은 고액의 변호사 선임비를 쓰면서 범행의 가담 정도가 낮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별도로 민사소송을 걸기도 하지만, 기대는 크지 않다. 이미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고, 다행스럽게 자산이 남아있더라도 매각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마저도 돈 없는 피해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리딩방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김모(48)씨는 "빚을 갚기 위해 매일 투잡 스리잡을 나가는데 민사소송을 하면 비용만 나갈 것 같아서 주저된다"고 말했다.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회에서 사기방지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이 통과하면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불법 투자리딩방 등 신종 사기 피해자도 금융회사에 범행 이용 계좌의 입출금 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방지기본법이 제정되면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통해 유형을 분석하고 사후 구제 및 사기 범죄 예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