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가 주요 7개국(G7)에 “한국을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외연 확장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일본이 ‘노골적 반대’를 하고 있다며 이는 타당하지 않다고 정면 비판했다.
23일 공개된 연합뉴스 특별 기고문 ‘G7과 한국’에서 차 석좌는 “한국이 G7(회의)에 초청돼야 할 뿐 아니라, 정회원국이 돼야 함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G7 정상들은 진지한 개혁을 고려해야 하고, 한국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회원국을 확대하는 것은 중요한 한걸음이 될 것”이라며 그 당위성을 네 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①G7이 확장된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려면 한국 같은 나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차 석좌는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이번 G7 정상회의 성명에 특정된 인도·태평양의 미래, 경제 안보, 디지털 경쟁력, 기후변화, 식량 안보, 지속 가능한 개발, 군축 및 비확산, 노동, 우크라이나 등 글로벌 우선순위 이슈에 한국이 기여할 바가 많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는 ②한국이 G7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신뢰성’과 ‘효율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차 석좌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원인 선진 산업화 민주주의 국가이고, 원조 수혜국이었다가 OECD의 공여국 클럽에 들어간 첫 번째 나라”라며 “호주와 함께 한국전쟁 이후 모든 전쟁에서 자유세계와 함께 싸웠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인공지능(2024) △아프리카(2024) △민주주의(2024)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2023) 등 중요 현안에 대한 글로벌 정상회의 주최자이자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공공재 공급자’임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근거로는 ③한국이 G7에 다양성을 더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차 석좌는 “G7이 스스로 공언한 확장된 과업들은 유럽 국가만으로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④“G7이 세계 현안에서 리더가 되려면 아시아의 더 많은 의견을 반영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의 광대한 지역 전체를 지금은 오직 한 나라, 일본이 대표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기구들이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G7 합류 여부와 관련, 차 석좌는 “미국과 유럽의 G7 담당자들과 대화해 보니 의견이 분분한 것 같았다”며 일본을 직격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은 ‘선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불확실’인 반면, 일본은 ‘노골적 반대’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차 석좌는 “(일본의) 반대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며 “아시아에서 단독 의석을 차지하려는 욕구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아시아의 유일 강대국으로 인정받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시아와 한국의 경제 발전 규모, 세계 지정학 및 경제 안보에서 점점 커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일본의 반대는)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며 “마치 프랑스가 유럽의 모든 견해를 대변할 자격이 있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차 석좌는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2007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근무하며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를 맡는 등 외교 현장 실무는 물론, 조지타운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계 연구 경력도 풍부히 쌓은 인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