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대로만 증언하면 돼"… 리딩방 주범, 감방서 각본 돌리며 위증교사

입력
2024.06.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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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견 녹음파일에서 위증 공모 덜미
대검찰청, 5월 공판 우수사례 선정

주식 리딩방(종목을 추천해주는 메신저 대화방) 사기로 구속된 주범이 같은 교도소에 수감된 공범들에게 "범행 가담 사실을 숨기라"며 허위 증언을 지시했지만, 결국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그는 증인신문용 질문지까지 사전에 공유하며, 위증을 철저히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1부(당시 부장 신건호)는 지난달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의 주범 30대 남성 A씨를 위증교사로, 그의 부탁에 따라 위증한 공범 3명을 위증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폭력조직원인 A씨는 리딩방 사기 사건 주범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이 시작되자 그는 범행 가담 사실을 숨기고자, 교도소에 수용된 공범 3명에게 위증을 부탁했다. "위증의 대가로 변호사를 선임해주겠다"는 A씨의 제안에, 공범들도 흔쾌히 수락했다. A씨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공범들에게 물을 질문이 담긴 '증인신문 질문지'도 미리 돌려봤다. 그 뒤 A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세 사람은 "투자 사기인지 몰랐고 A씨는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법정 진술했다.

하지만 이들 증언은 얼마 못 가 거짓말로 들통났다. 조직적 위증을 의심한 류미래(30) 검사는 공범 3명이 가족·지인과 나눈 교도소 접견 녹음파일 약 300개를 분석했다. 거기서 위증을 공모한 정황을 잡아냈다. 결국 일당은 모두 자백했고, A씨는 사기죄에 더해 위증교사죄까지 처벌받게 됐다. 형법상 위증 또는 위증교사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대검은 류 검사가 속한 공판검사팀을 '5월 공판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이밖에 회식 자리에서 실습 교생을 추행한 고등학교 교장의 범행을 감춰주려 위증한 동료 교사를 적발한 사례(광주지검 공판부), 경매방해로 재판 중인 사장을 감싸기 위해 위증한 직원을 적발한 사례(경주지청 형사부), 강간 가해자가 동거 중인 피해자의 재판 증인 출석을 방해하고 위증까지 시킨 사실을 밝혀낸 수사팀(부산동부지청 형사2부) 등도 우수 사례로 뽑혔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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