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뇌졸중·심근경색에 더 많이 노출되는 까닭은?

입력
2024.06.21 08:35
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 3가지 단일 염기 변이가 당뇨병 환자에게 영향 끼쳐

당뇨병 환자에게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가 밝혀졌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와 CHARGE(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 유전체 코호트 컨소시엄)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성인 당뇨병 환자의 대규모 유전체 역학 코호트를 분석한 결과다.

2형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거나 인슐린 작용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지는 질환으로, 국내 30대 이상 6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다.

이들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3배가량 높고 발병 연령도 이르며 중증도도 심하다. 당뇨병의 주요 동반 질환인 비만·이상지질혈증·고혈압 등은 심혈관 질환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다. 실제로는 이 같은 동반 질환이 없는 데도 당뇨병 자체만으로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여전히 높고 그 원인은 명확히 알려진 바 없었다.

연구팀은 당뇨병이 심혈관 질환을 높이는 ‘유전적 원인’에 주목했다. 다인종 코호트에 등록된 성인 당뇨병 환자 4만9,230명을 대상으로 심혈관 질환을 최대 33년간 장기 추적하고, 관련 유전자 변이를 찾기 위해 전장 유전체 연관성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당뇨병 환자는 5명 중 1명꼴(18.3%)로 뇌혈관 질환, 관상동맥 질환, 심혈관 원인으로 인한 사망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을 겪었다.

연구팀은 ‘rs147138607(CACNA1E/ZNF648 유전자 부위), rs77142250(HS3ST1 유전자 부위), rs335407(TFB1M/NOX3 유전자 부위)’ 3가지 단일 염기 변이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단일 염기 변이는 DNA 염기 서열을 구성하는 하나의 염기가 다른 염기로 변이된 것으로, 발생 위치에 따라 근처에 있는 유전자 발현과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rs77142250 변이가 있으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1.89배 증가하고, rs147138607 및 rs335407 변이는 각각 1.23, 1.25배 증가했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관상동맥 질환과 관련 있다고 규명된 유전자 변이 204개가 당뇨병 환자에서도 빈번하게 관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일반인에서 관상동맥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체 변이들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유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 204개 변이의 조합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력을 정량화한 ‘다유전자 점수’가 1 표준편차 높을수록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위험이 1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다유전자 점수를 활용해 심혈관 질환 발생을 독립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로 확인된 심혈관 질환 유전자 변이를 활용하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고, 새로운 치료 타깃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곽수헌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 질환의 유전적 연관성을 분석한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연구”라며 “특히 국내 연구진이 대규모 유전체 역학 코호트에 기반한 국제 공동 연구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 최신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