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이 예상을 뛰어넘는 군사동맹으로 확인돼 한반도 정세 불안정과 안보 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북러 협정 전문이 공개된 어제 유감 표명과 함께 면밀한 분석과 평가에 따라 상응한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으나, 우리 정부의 정보 획득이나 외교적 저지 노력이 안일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어제 공개된 북러 협정을 보면, 조약 4조는 북한과 러시아 가운데 한쪽이 무력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1961년 냉전 시기 구소련과 북한이 맺은 방위조약, 즉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약과 차이가 없다. 이는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크다. 더욱이 조약 3조는 북러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 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위협을 제거하는 데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고 돼 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침략전쟁 예행연습이라고 줄곧 비난해 왔던 점에 비춰 이는 한미 훈련에 대응해 북러 연합훈련을 상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 전투기와 전폭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드는 상황과 맞물려 한반도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 있다.
북러 협정이 과거와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임에도 우리 정부는 당일까지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했다. “북침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존재할 수 없는 확률”이라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발언에만 매몰돼 정부 당국자들은 희망적 사고를 하기 바빴다. 푸틴의 방북 직전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나 조태열 외교장관은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으나 면피가 될 성질이 아니다. 물론 지난 13일 미군 파병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군사 지원을 약속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안보협정이 막판 북러 협정 수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지렛대를 갖지 못한 채 외교적 실패를 맛봤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