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다리 놓고 과학 협력 약속... 북러 '군사경제'로 제재 맞불[북러정상회담]

입력
2024.06.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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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두만강을 가로질러 북한과 러시아를 오가는 길이 열린다. 24년 만에 평양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새로운 육로 건설에 합의하면서다. 나아가 과학분야 협력을 약속하며 적극적 경제협력의 기틀을 마련한 양측은 사실상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허무는 전리품을 챙겼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에 서명했다. 이날 협정에선 두만강 국경도로 다리 건설에 관한 합의가 눈에 띈다. 해상 운송에 치중했던 거래를 더 원활하고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수월한 인력 교류 또한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국경 봉쇄를 해제하지 않은 북한과 중국간 상황과 대비되는 행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기존 철로뿐이었던 두만강에 도로까지 뚫린다면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러시아에 군사기술과 식량, 에너지를 공급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노동자와 무기 공급, 루블화 결제시스템 활용 등을 요구할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실제 이들 사안에는 큰 이견 없이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건, 의학교육과 함께 과학분야 협력까지 문서로 약속하면서 향후 군사협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 무기와 노동자가 러시아로 대거 유입될 창구도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북러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경제학자 출신 국방장관’으로 알려진 안드레이 벨로우소프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벨로우소프는 경제제재를 피하면서 무역과 대외 경제활동을 어떻게 펼 것인지 오래 고민을 해 온 인물로, 군사와 경제를 연결한 상호거래 방법을 구체화했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을 통해 무기 거래와 기술 지원이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