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연속 글로벌뮤지컬 축제...전 세계 대구가 '유일'

입력
2024.06.24 17:00
[이슈 & 인물]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대구를 글로벌 뮤지컬도시로 키울 터"
18회 딤프 다음달 8일까지 대구 일원서
역대 최고 7개국 30개 작품 무대에 올라
대구, 1000석 공연장 10개...동시 개관 가능
대구에 뮤지컬전용극장 빨리 들어서야
해외 극단 배우에다 관람객도 대구 찾도록
뮤지컬...문화·관광산업  쌍끌이 글로벌축제

대구가 뮤지컬 불모지에서 전 세계 으뜸가는 뮤지컬도시로 탈바꿈한 얘기를 하면서 이 사람을 빼놓을 수는 없다. 2007년 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딤프) 탄생의 주역인 그는 올해 18회축제까지 뮤지컬의 한 가운데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공연전문기획사인 '예술기획 성우' 대표로 있으면서 뮤지컬의 가능성을 엿본 그는 딤프를 통해 대구와 우리나라를 세계4대 뮤지컬 강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지금은 국내외에 '딤프'로 더 잘 알려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배성혁(59) 집행위원장을 지난 20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올해 딤프의 특징은.

"올해 딤프는 지난 21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문화예술회관, 수성아트피아 등 대구의 여러 공연장에서 열리고 있다. 역대 대회 중 이번 페스티벌에는 뮤지컬 강국들이 대부분 참가했고 가장 많은 작품이 출품됐다. 4대 뮤지컬 강국인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일본에다 프랑스, 네덜란드, 중국 등 7개국이 참가해 공식 초청작 9개, 창작 지원작 6개, 대학생 출품 9개, 특별공연 1개, 그리고 정식 공연 전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리딩 공연 5개 등 모두 30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미국과 영국이 동시에 대구를 찾은 것은 18회 대회 중 2번뿐이고 이번 행사의 개막작은 프랑스 작품인 것이 특징이다."

-눈 여겨 볼만한 작품을 소개해달라.

"개막작 '홀리데이'는 파리뮤지컬페스티벌조직위가 제작한 작품으로 영어로는 대구서 처음으로 공연했다. 프랑스가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미국 팝가수 마돈나의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었는데, 이 노래를 프랑스어로 듣는 것이 어색할 것 같아서 영어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공동 폐막작인 미국의 '싱잉 인 더 레인'은 주인공이 비를 맞으며 춤추거나 탭댄스가 너무 유명한 작품이고, 중국의 '비천'은 위험으로부터 돈황 벽화를 지키는 수호자와 여행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대구오면서 개런티를 받지 않을 정도로 딤프가 성장했다."

-딤프의 세계적인 위상은 어떤가.

"초기에는 물론 국내외에서 뮤지컬이라는 신개척지를 일구느라 고생했다. 영국과 미국 등 해외 뮤지컬계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매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딤프'하면 어디서든 통한다. 국내서는 서울과 부산이 해외는 중국 둥관시와 미국 뉴욕시 등이 뮤지컬페스티벌을 했지만 모두 중도하차했다. 세계적으로 18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 해도 쉬지않고 뮤지컬축제를 연 도시는 대구뿐이다."

-대구가 뮤지컬로 특화될 만한 장점이 있나.

"대구에는 1,000석이 넘는 공연장이 10개 정도 있는데 축제 기간 중 모두 작품들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타 도시는 지자체와 대학 등이 뮤지컬축제를 위해 일괄적으로 공연장을 개방하지 않는다. 우린 29일과 다음달 6일에도 대구 전역의 8개 공연장에서 각기 다른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타 도시가 흉대낼 수 없다. 반면 뮤지컬이 다른 예술장르와는 달리 산업의 성격을 띄고 있어 돈이 엄청 많이 드는 단점도 있다."

-딤프는 물론 우리나라 뮤지컬의 산증인으로 공인하고 있다. 딤프의 변천사가 궁금하다.

"2004년 4월에 KTX가 개통했다. 공연전문 기획사인 '예술기획 성우'를 하면서 '맘마미아'를 기획해 2005년 무대에 올렸더니 수도권 관객이 17%나 대구를 찾는 등 두 달동안 매진 기록을 세웠다. 그때 뮤지컬축제의 가능성을 봤고 대구시와 협의해서 2006년에 뮤지컬 프레축제를 열게됐다. 연습삼아 해본 건데 성공했다. 그래서 2007년 1회 뮤지컬축제를 열면서 대구 연극계 대부였던 이필동 선생께 집행위원장을 부탁드렸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이 선생은 1회 대회만 맡았고, 2008년 2회부터 5회까지, 9회부터 이번 18회까지는 직접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무대는 어떤 것이었나.

"젊은이들의 공간인 축제 대학생 뮤지컬에 언제부턴가 70대 어르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해에는 6명이 공연을 돌아가면서 보다가 다음해에는 10명, 그 다음해에는 16명이 구경을 하셨다. 장래성을 확신하게 됐다. 또 초기에는 서울이 창작뮤지컬을 독식했지만 대구서 지원사업도 펼치면서 창작뮤지컬이 자리를 잡게 됐다. 올해도 두 작품이 대구서 제작된 것이다. 뮤지컬 투자사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어려운 난관도 많았을 것 같다.

"코로나 3년이 가장 어려웠다. 딤프는 적자를 누가 보전해주지도 않고, 수익이 너무 나도 법인이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에 올인하지 않으면 제대로 치러내기 어렵다. 특히 부산에서 뮤지컬전용극장이 생긴 후에는 더 그렇다."

-예술기획 성우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딤프 사무실에서 한 달 일할 동안 성우 사무실에는 한 번 간다. 딤프 일에 성우를 아예 배제시키고 있다. 뮤지컬계는 기복이 심하다. 2014년 부산 공연 일주일 전에 세월호가 가라앉아 공연기간 동안 하루에 적게는 5,000만 원, 많게는 2억 원을 환불해주기도 했다. 대박이 날 때도 있지만 쉽지는 않다. 딤프의 열정을 절반만 성우에 쏟았어도 국내서 내노라하는 공연기획사가 될 수 있었겠지만 딤프에 애정이 더 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딤프의 청사진을 보여달라.

"2년 뒤 20회 축제를 계기로 외국 작품과 배우 못지않게 관람객이 대구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산업인 뮤지컬은 관광산업과 같이 움직여야 글로벌축제가 되는거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축제답게 뮤지컬전용극장도 지어야 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이 뮤지컬과 대구인근 관광지를 누벼야 한다. 그날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약력 △예술기획 성우 대표 △딤프 이사 △2018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문화예술인상부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딤프 집행위원장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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