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서 '8석의 위기'로 재출발한 윤석열 대통령이 향후 3년을 어떻게 돌파할까. 결정적 고비는 7월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다. ‘비윤’이 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해 승리할지, 또 여당 지도부 내 역학구조가 어떻게 짜일지에 국정주도권이 달려 있다.
#1 8석의 위협과 국정지지율 방어전. 이게 대통령의 머리를 짓누르는 상수로 존재한다. 이번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8석 이탈방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일상적인 에너지 소모전에 시달리는 것이다. 의회 내 3분의 1을 겨우 넘긴 상황에서 온갖 당근과 채찍으로 전체 의원을 관리해야 개헌과 탄핵 저지선이 무너지는 정치적 격변을 막을 수 있다. 거대야권이 의기투합해 어떤 법안을 밀어붙여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무력화된다. 늘 수세적으로 가슴을 졸인다는 얘기다.
#2 핵심 변수는 ‘한동훈의 전당대회 성적표’. 그가 당대표가 될 경우 이후 정치적 판단과 행보는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20%대를 못 벗어나거나 위험수위로 떨어지면 여당의 108석 단일대오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 총선 참패 후 두 달 넘게 윤 대통령이 내놓은 카드는 줄줄이 먹혀 들지 않았다. 대국민 국정브리핑을 시작했지만 원유가스전 발표부터 온갖 잡음을 양산하고 있다. 총리 교체나 개각은 소식조차 없어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 국민의 기대치가 너무 낮아져 반전의 계기가 쉽지 않다.
해병대 채 상병 건과 김건희 여사 종합특검법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민심이 바뀌지 않고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일 경우, 7만 명이 넘는 팬 카페를 가진 그가 용산에 보조를 맞출지 예단할 수 없다. 양측이 총선 전에 이어 2차 충돌하면 국민은 임기중반 당정분열을 지켜보게 된다. 국정동력은 사라진다. 그런데 통치가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려면 용산 입장에서 한동훈이든 누구든 가릴 처지가 아니다. 지지층은 결국 성공적 재집권을 위한 필승전략, 보수재편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4월 총선 지휘를 떠안은 초기, 한 전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1대1’ 구도에서 밀리지 않았다.
#3 ‘윤-한 충돌의 도피처는 이재명’.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연임에 나서는 그림도 국민으로선 처음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정분리 이전 총재 시절이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당대표를 맡은 적이 없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 직전 당대표를 내려놨다. 지금 분위기라면 이 대표는 내후년 6월 지방선거까지 지휘하게 된다. 최근 민주당의 국회운영은 민생이 아닌 당대표 ‘사법리스크’에 올인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여의도 대통령’으로 2년을 더 간다면 도전자보다는 ‘기득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안정적 정권교체를 위해 이 대표 리더십을 보완하고 중도로 확장할 대체 당권주자가 없는 취약점이다. 이 대표에게 예상 못할 치명적 악재가 발생하면 민주당은 패닉에 빠지게 된다.
국회 내 의석 부족으로 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대통령, ‘윤-한 충돌’ 위험성을 안고 있는 집권층 내 긴장, ‘재판리스크’에 쫓기는 이 대표…. 윤 대통령의 위기가 심각해져 궁지에 몰리면 개헌론이 현실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치명적 사법판단이 나오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게 이 대표로서도 나쁘지 않아서다. 지금은 대통령과 거대야당 대표가 시간을 다투며 '제로섬 게임'에 들어간 느낌이다. 한국정치가 가보지 않은 길로 질주하며 도박판에 선 듯 기이한 현실이다. 이 과정에 윤 대통령이 여당을 믿지 못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야당과의 정치적 타협에 나서 판을 흔들 것이란 시각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