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0년 이후 24년 만에 평양 김일성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상회담 파트너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걸어간 그를 향해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다. 푸틴 대통령은 도열한 의장대의 공식 환영 행사를 마친 뒤 곧바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19일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낮 12시 15분쯤 환영식 장소인 평양 김일성 광장에 도착했다. 새벽 2시 22분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김 위원장을 만난 후 10시간 만에 공식적으로 방북 일정에 나선 것이다.
앞서 두 정상은 공항에서 두 차례 포옹을 하고 손을 맞잡으며 지난해 9월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에 만난 반가움을 한껏 드러냈다.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러시아산 리무진 '아우르스'에 승차하는 과정에서는 김 위원장이 '상석'을 여러 차례 권해 끝내 관철시키며 서른두 살 위인 푸틴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김일성 광장에 등장해 차에서 내린 푸틴 대통령과 함께 레드카펫을 걸어 단상으로 향했다. 단상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비롯해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 등이 도열해 푸틴 대통령을 맞았다.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 정상은 나란히 서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평양 주민들의 환영식 공연도 함께 봤다. 푸틴 대통령이 왼쪽, 김 위원장이 오른쪽에 섰다. 북한 기병대 소속 백마부대도 동원됐다. 두 정상이 함께 차에 오르자 카퍼레이드가 진행됐다. 평양 주민들은 쉴 새 없이 꽃과 북한 국기, 러시아 국기를 흔들면서 푸틴 대통령을 환영했다.
김일성 광장의 건물들은 러시아와 북한 국기로 장식돼 있었고,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린 곳도 있었다. 리아노보스티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조로친선’ 문구를 매단 애드벌룬이 광장에 등장했다.
환영식을 마친 두 정상은 곧바로 평양 금수산 영빈관으로 자리를 옮겨 정상회담에 나섰다. 북한 측에서는 김 총리와 최 외무상 등 6명이, 러시아에서는 데니스 만투로프 제1부총리 등 13명이 각각 배석했다. 러시아 참석자가 북한보다 두 배 많았다. 자연히 관련 분야의 폭도 훨씬 넓었다. 북한은 외교·군사분야에 주력한 반면 러시아는 에너지, 교통, 철도, 우주분야 책임자들이 회담장에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