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한 의사 집단 휴진에 지역 보건의료의 첨병 역할을 하는 동네의원들까지 동참함에 따라 정부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의료법에 의거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각 지역별 의료기관 휴진 단속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작 불법 휴진 감시에 투입된 지방자치단체 직원들 사이에선, 단속 자체가 쉽지 않고 행정처분도 어려울 거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동네의원들은 정부의 강력 대응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때마침 의협이 정한 휴진일에 '여행'을 간다거나 '에어컨을 청소한다'는 등의 황당한 사유를 내걸고 병원 문을 걸어 잠근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 휴진 첫날이었던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총 3만6,059개 동네병원 중 총 5,379곳(14.9%)이 휴진에 동참했다. 우려됐던 '의료 대란'까진 상황이 악화하진 않았지만, 사전 신고율(4.02%)의 네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신고도 없이 무단으로 문 닫은 병원이 다수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앞서 보건소가 병·의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신고를 받았지만, 예고 없이 문을 닫는 곳이 더 많을 것이라 예상됐던 만큼 당일에 무단 휴진을 현장에서 잡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병·의원만 해도 1만116개소에 달할 정도로 그 수가 워낙 많아, 담당 직원들이 직접 가보진 못하고 불시에 유선으로 확인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 보건소가 주축이 돼 '진료 가능 시간'을 전화로 묻는 식이었다. 병원이 여러 차례 전화에도 응답하지 않거나, 진료 시간 단축이 확인되면 복지부 지침에 따라 휴진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선 단속인 만큼 병원의 꼼수나 거짓말을 밝혀낼 방도가 마땅치 않다. 한 서울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는 "진료 시간에 대해 (병원 측이)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알아낼 방도가 없는 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한정된 인력으로 수백 곳에 달하는 자치구 내 병·의원이 실제로 오전, 오후 모두 정상 운영 중인지를 거듭 확인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짚었다.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문을 닫은 병원들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정확한 사유를 밝혀내기 어렵다고 한다. 앞서 일부 동네 병·의원들에선 '에어컨 고장' '단수공사' '병원 대청소' 등의 사유를 내걸고 문을 닫아 어렵게 걸음한 환자들의 불신을 사기도 했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사전 휴진 신고를 한 20여 곳 모두 '개인사' '병가' '해외여행' 등 의협 집단 휴진과 동떨어진 사유를 기재했다"며 "사유는 자유롭게 적으면 되고, 증빙을 제출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파업 관련이 아니라고 일단 믿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현장 채증 시에나 증빙 요구가 가능한데, 복지부 지침상 이조차도 현재로선 어렵다. 복지부는 '개원의 집단행동 대비 지자체 지침'을 내고 구별로 휴진율이 30% 이상일 때만 채증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서울시 기준 25개 자치구 모두 휴진율이 30% 미만이었기 때문에 증거확보 작업 자체가 시작되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