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6일 개막하는 파리 하계올림픽 선수촌이 공개됐다. 친환경 올림픽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약 80동의 선수촌 건물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기로 해 화제다. 대신 물을 이용한 자연 냉각 시스템을 가동해 바깥 기온보다 섭씨 6도 정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숙소 내부에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선보였던 골판지 침대가 재등장했다.
□ 파리 올림픽이 친환경을 표방한 배경에는 개최 확정 직전 해(2015년)에 맺은 파리 기후협정이 있다. 당시 참여국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직위는 탄소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인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해 수영장만 새로 지었다. 베르사유 궁전 앞 정원에서 승마와 근대 5종 경기를 하고, 나폴레옹이 안치돼 있는 앵발리드에서 양궁 등의 경기를 치르는 식으로 기존 경기장과 시설을 최대한 활용한다.
□ 친환경 올림픽이 등장한 것은 1990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당시 희귀 습지에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을 만들어 환경오염을 초래한 것이 계기였다. 이에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은 나무 한 그루도 훼손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고, 얼음을 이용해 시상대를 만들었고 선수들이 사용하는 접시와 나이프는 감자 가루와 옥수수 전분으로 제작했다.
□ 친환경 하계올림픽의 가장 큰 적은 폭염이 될 전망이다. 지난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193개 주요 도시 중 63%에 달하는 122개 도시가 폭염으로 인해 8월에 하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 올림픽에선 선수 100명당 1명꼴로 온열 질환에 시달렸다. 파리도 예외는 아니다. 북반구에선 일반적으로 7, 8월에 폭염이 나타나지만 올해는 유럽에서도 6월부터 폭염이 시작됐다. 에어컨 없는 선수촌 소식에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은 자체 에어컨을 가져오고, 한국은 친환경 특수 냉매제(PCM)를 활용한 쿨링 재킷과 쿨링 시트를 선수단에 지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