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도 그리울 때가 있다

입력
2024.06.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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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는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같은 얘기가 반복되는 것으로만 여겨, 새로운 내용을 놓치기도 한다. 당사자에게 좋은 내용이지만 다 이행하기는 어렵고 자신의 잘못만 상기시키는 불쾌함을 자아내어 기피하기도 한다.

잔소리가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은 독선이나 상대를 지배하고 비난하는 태도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상대를 위축시키고 반발을 초래하여 감정을 상하게 하는 수가 많다. 특히 부모 자녀 관계에서 잔소리는 독이 된다. 반복해서 자녀를 다그치다 보면, 자녀에게는 자신의 인내심 부족을 느끼고 책임을 회피하도록 만들 수 있다. 심한 잔소리는 자녀를 불신한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고, 체벌을 예고하거나 공포심을 조성하여 자녀에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난폭한 성향을 조장하는 수도 있다.

물론 잔소리는 득이 될 때도 많다. 부모의 잔소리는 자녀의 좋은 습관 형성에 자연스레 스며들 때가 있다. 예컨대, 아이는 음식을 선택할 때 부모가 평소에 권하는 유형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의 잔소리가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데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다.

잔소리는 자기 생각이 정리되지 않거나 일부를 망각하여 되풀이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쓴소리를 할 때는 과거에 자신도 잔소리를 듣기 싫어했던 기억을 상기하고, 생각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바라는 바를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단기간에 상대방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작은 노력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자녀에게는 잔소리보다는 자녀의 관심사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잔소리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자기 마음대로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간섭이나 지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듣기 싫고 귀찮다. 그러나 잔소리 속에 담긴 진정한 배려와 관심도 부인하기 어렵다. 잔소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내게 관심을 두는 사람이 옆에 없다는 뜻이다. 전혀 상관없는 남과 같이 대한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 특히 어머니의 잔소리는 지겨우리만큼 많이 듣게 되어 거의 무시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뒤늦게 그리워질 때도 자주 있다. 잔소리를 퍼부어대고도, 내가 자고 있으면 들어와서 이불을 덮어주는 따뜻하고 인자한 어머니를 생각해보라.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는 그가 한 잔소리도 같이 그리워진다. 귀찮아도 사랑하는 이의 잔소리를 포용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