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시 살인 사건 피해 여성이 가해자인 전 남자친구와의 교제 기간 내내 성적 요구에 시달렸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은 이번 사건이 '명백한 교제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 A씨의 유족·지인들은 18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A씨가 가해자 B씨와 교제하는 3주 동안 노골적인 성적 요구에 시달렸고, 이를 못 견뎌 이별을 통보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B씨는 교제 기간 동안 A씨에게 "배를 만져보고 싶다, 촉감이 궁금하다" "네가 나오는 야한 꿈을 꿨다" 등 노골적으로 성적 관계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또 교제를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상태에서 A씨에게 1박 2일로 놀러 가자고 제안하고, A씨가 거절하자 성관계를 갖자고 종용했다. A씨는 생전 이 같은 내용을 친구들에게 알리며 힘들어했다고 한다.
B씨는 경찰에 붙잡힌 후 "자신이 조현병인데 사건 당일에만 약을 안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족은 B씨가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범행을 한 점,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 범죄라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11시 20분쯤 하남시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초반에 교제 살인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이 "이들은 교제 중인 관계가 아닌 지인 사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면서 정정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A씨 친언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사회적으로 데이트 폭력이 이슈가 되는 상황이라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염려한 가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정정한 기사인지 알 수 없지만, 교제 살인이 맞다"고 반박했다.
A씨 대학 동기·선배들은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엑스(X·옛 트위터)에 '하남교제살인사건 공론화' 계정을 개설했다. 이들은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던 친구가 너무 이른 나이에 저희 곁을 떠나 비통함을 금치 못하겠다"며 "더는 친구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교제 살인에 대한) 강력한 법률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