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으로 불리는 부비동염은 코 주위 뼛속에 있는 빈 공간인 부비동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침투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감기 바이러스, 황사, 꽃가루 등이 주원인인데 최근에는 대기오염,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등의 이유로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급성 부비동염 환자는 최근 3년 새 2배가량 늘었다. 2021년 195만5,947명이었던 급성 부비동염 환자는 2022년 256만4,506명으로 약 31%가량 늘었으며, 2023년에는 2022년보다 56% 증가해 399만 4,297명까지 늘어났다.
부비동염은 겨울에서 봄 사이에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늦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발병률도 높다. 5~6월에는 한낮 기온이 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크게 오르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탓에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고, 초봄부터 지속된 황사,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기관지가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부비동은 코 주위 얼굴 뼛속에 공기가 차 있는 공간으로, 비강과 연결돼 부비동 내 공기를 환기하고 분비물을 배설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부비동이 특정 원인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화농성 분비물이 고이면서 내부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는데 이를 부비동염이라고 한다. 부비동염은 주로 부비동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에게서 많이 발병하고 재발과 만성화되기 쉽다.
부비동염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 증상 발병 4주 이내는 급성, 12주(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으로 분류된다. 급성 부비동염은 코막힘 및 콧물과 함께 권태감, 두통, 미열, 안면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만성 부비동염은 코막힘, 지속적인 누런 콧물, 코 뒤로 넘어가는 콧물(후비루)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급성 부비동염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기에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때가 많다. 특히 부비동염을 제때 발견하지 못해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면 눈 주위 봉와직염, 경막외, 뇌막염, 뇌농양, 골수염 등 다양한 합병증과 만성 부비동염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부비동염 진단법은 단순 문진, 코 내시경검사, 철조법(투시법), 조직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이 있다. 철조법은 부비동에 빛을 강하게 비춰서 투과되는 광패턴을 눈으로 판별하는 방법이다.
부비동염과 감기는 치료법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바이러스가 주원인인 감기의 경우 치료할 때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세균이 주원인인 부비동염 치료에는 항생제를 충분히 투여해야 한다. 따라서 감기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약을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부비동염을 의심해야 한다.
부비동염의 기본 치료법은 약물이다. 급성 부비동염과 만성 부비동염 모두 항생제 복용을 기본으로 하며, 질환 진행 정도와 증상에 따라 추가적인 약물 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급성 부비동염 치료의 목적은 증상 완화와 만성화 및 합병증 예방에 있다. 치료에는 경구용 항생제가 주로 사용되는데, 보통 10~14일간 항생제가 투여된다. 적절한 항생제 치료 시 임상적 증상은 48~72시간 내로 호전된다.
만성 부비동염도 항생제 투여가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 김경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만성 부비동염일 때 효과를 높이려면 8~12주 정도 항생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약물요법을 충분히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효과가 없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부비동염 치료에는 항생제 외에도 다양한 보조 약제가 사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보조 약으로는 코막힘·콧물 등 개선에 도움이 되는 항히스타민제 코메키나 캡슐, 점액 용해제 엘도스, 국소용 스테로이드제 등이 있다.
이 밖에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코 세척·가습기를 이용한 습도 조절 등이 점액 점도를 낮춰 배액과 섬모 운동을 높이고 점막 충혈을 완화하는 등 도움될 수 있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더욱 심해진다면 전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